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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희의 오토 스토리] 1936년 출시 도요타의 첫 승용차, 미국 크라이슬러 차체를 창조적 모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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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청희의 오토 스토리] 1936년 출시 도요타의 첫 승용차, 미국 크라이슬러 차체를 창조적 모방

입력
2014.03.03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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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일본 자동차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큰 몫을 차지하고 있지만, 제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영세한 수준이었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 자동차가 대중화된 1930년대 초까지도 변변한 자동차 회사가 없었고, 특히 일본 내수시장은 1920년대 후반에 일본에 현지공장을 세운 미국 자동차 메이커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도요타 기이치로는 일본 실정에 맞는 대중차를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는 도요타 자동직기 창업자인 도요다 사키치의 장남으로, '언젠가는 자동차 시대가 올 것'이라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자동차 만들기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대학 시절 기계공학을 전공했던 경험, 아버지의 회사에서 갖고 있던 기계관련 노하우, 미국과 유럽의 자동차 공장을 둘러보며 얻은 지식이 자동차 개발의 밑천이 되었다.

하지만 백지상태에서 시작한 자동차 개발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미국 자동차의 설계를 흉내 내면서 도요타 자동직기가 갖고 있던 주조와 기계가공 기술을 활용, 처음으로 엔진을 완성한 것은 1930년의 일. 그러나 성능과 품질이 떨어졌고, 1934년에 이르러서야 다른 미국차의 엔진 설계를 참고해 겨우 쓸만한 것을 완성할 수 있었다.

엔진의 완성으로 개발 속도는 빨라졌지만 차체 제작이라는 난관이 남아 있었다. 새 차 개발에는 큰 비용이 들지만 앞날을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한 번 만들어 오래 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를 위해 도요타는 당시 미국에서 만들어진 최신 모델인 크라이슬러 '에어플로'의 차체를 흉내내기로 했다. 당시의 일반적 차들과 달리 에어플로는 공기역학을 고려한 유선형 차체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최신 유행을 따른 디자인이라면 시간이 흘러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차체를 에어플로와 거의 비슷한 모습으로 만들었다. 이와 함께 도어를 앞뒤 대칭으로 만들고 함께 개발하고 있던 트럭의 부품을 활용하는 등 개발 및 생산비용을 줄였다.

차체조립은 사람의 손에 크게 의존했다. 많이 팔린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에 대량생산에 유리한 기계를 쓰는 것보다 오히려 더 효율적인 선택이었다. 이렇게 해서 1936년에 도요타는 첫 승용차인 'AA'형을 완성해 판매를 시작할 수 있었다. 모양은 미국차와 비슷하면서도 내용물은 전혀 다른, 새로운 일본차가 만들어졌다.

도요타 AA형은 여전히 미국차와 비교하면 경쟁력이 떨어졌지만 자신감을 얻은 도요타는 자동차 부문을 별도 회사로 분리 독립시켰고, 이후 세계 정상급 자동차 회사로 발전했다. 단순히 흉내에 그치지 않고, 현실여건을 반영해 생산을 합리화하고 독자적인 기술을 접목한 '창조적 모방'이야말로 도요타 발전의 뿌리가 된 셈이다.

류청희 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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