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과다 휴대폰 보조금 단속을 피하려는 일명 '치팅(cheatin) 보조금'이 등장했다. 치팅 보조금이란 지급 주체와 액수를 속이는 일종의 눈가림 보조금을 말한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등장한 치팅 보조금은 대략 두 가지 방식으로 지급된다.
우선 오프라인 판매점이 인터넷에 온라인 사이트를 개설, 이 곳에서 가입자를 모집한 것처럼 위장한다. 실제론 판매점이 보조금을 주지만 인터넷에서 지급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것인데, 온라인 사이트는 잠깐 개설했다가 없어지기 때문에 당국이 잡기가 힘들다.
판매점이 지급하는 보조금을 대리점에서 주는 것처럼 가장하는 수법도 생겨났다. 휴대폰 보조금은 이동통신사에서 대리점을 거쳐 판매점으로 내려간다. 대리점은 이동통신사가 직영하거나 직접 계약을 맺고 가입자를 모집하는 일종의 도매상으로, 소속 이동통신사 한 곳의 간판만 걸고 영업한다. 이에 비해 판매점은 이동통신사 대리점 여러 곳과 계약을 맺은 소매상으로, 이동통신 3사 가입자를 모두 모집하기 때문에 3사 로고가 모두 붙어있다. 아무래도 도매상인 대리점이 판매점보다 더 많은 혜택을 줄 수 있지만, 판매점들은 대리점보다 숫자가 많아 가입자 모집에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의 단속이 판매점에 집중되자, 판매점들은 추가 보조금을 주면서 가입자들에게 "방통위에서 무작위 확인전화가 걸려 오면 XX 대리점에서 가입했다"고 얘기할 것을 요구한다.
실제로 일부 이동통신사는 판매점에 'XX 대리점에서 판매한 것으로 해달라'는 문구와 함께 '치팅보조금 단가표'를 따로 내려 보냈다. 이날 지급된 치팅보조금은 70만~80만원대로 방통위 조사에 대비해 마련한 보조금 단가표보다 30만원 가량 많았다.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조사를 나오면 액수가 적은 보조금 단가표를 제시하고 가입자들에겐 은밀하게 치팅 보조금을 준다"며 "정부가 단속을 강화하면서 등장한 꼼수"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별의별 방법의 보조금이 등장하면서, 올 들어 번호이동건수는 두 달 연속 100만건을 초과할 만큼 과열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번호이동 건수는 1월 106만2,289건, 2월 114만9,340건을 기록했다. 지난달 하루 평균 번호이동건수도 4만1,047건으로 정부의 시장 과열 판단 기준(2만4,000건)의 1.7배였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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