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신당 창당과 함께 기초선거 무공천을 선언하고 새누리당은 공천 강행 입장을 재확인했지만 여야의 고민은 적지 않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대선 공약을 파기했다는 명분론에서 밀리고 야권은 무공천에 따른 대규모 탈당의 엄중한 현실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은 무공천 선언으로 일단 대선 공약을 지키는 명분을 챙겼고 새누리당을 '공약 파기 정당'으로 몰아붙일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하지만 민주당이나 새정치연합 후보로 출마를 준비하던 지역 정치인들은 탈당을 하고 무소속 출마를 할 수밖에 없게 된다. 민주당의 경우 탈당 인원이 전국적으로 최소 5,000명에서 최대 3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당 공천을 하지 않으면 무소속 후보가 난립해 새누리당 후보와 대결에서 절대 불리하게 된다. 민주당 소속의 기초 단체장이나 기초의회 출마자들도 '기호 2번' 프리미엄 없이 무소속 신분으로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1번은 새누리당, 2번은 민주당, 3번은, 통합진보당, 4번은 정의당 후보의 이름이 명시되고 무소속 후보들은 추첨에 따라 기호 5번 이후의 선거 번호를 받는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정당공천을 유지하는 한 야권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민주당 지도부가 무공천을 선언하는 과정에 고민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김한길 대표는 3일 의원총회에서 "결단 내리기 위해 불면의 밤을 많이 보냈다. 출마를 준비해왔던 당원들을 탈당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 할 짓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1분 가량 말을 잇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새누리당은 정당공천을 통해 현실적 이득을 챙길 수 있게 됐다. 기초선거의 경우 상대적으로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과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에 정당공천을 받은 새누리당 후보들이 유리하다. 특히 단일 후보를 공천함으로써 당력을 집중할 수 있는데다 '기호 1번 효과'까지 더해진다면 난립이 예상되는 야권 후보에 비해 절대적인 우위에 설 수 밖에 없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신당 창당으로 선거 전략 수립에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정당공천 문제에서는 새누리당에 호재"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천 폐지 대선 공약을 뒤집었다는 점은 명분론에서 절대 취약하다. 승부처인 수도권의 경우 민주당 소속 현역 단체장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현역 프리미엄'을 무력화시킬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야권 후보가 난립하더라도 현직 단체장이나 기초의원들의 표 분산 효과가 미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 66명의 기초단체장 중 15명만 새누리당 소속이며 서울은 4명 뿐이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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