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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념으로 시작한 중국 양회… "테러 근절" 핫이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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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념으로 시작한 중국 양회… "테러 근절" 핫이슈로

입력
2014.03.03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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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연중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ㆍ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와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쿤밍역 무차별 칼부림 사건 희생자에 대한 묵념으로 3일 시작됐다. 이날 "테러 현장에서 '동투르키스탄 이슬람운동'(ETIM) 조직의 깃발이 발견됐다"(중국 외교부), "테러공격 용의자 3명이 추가로 검거됐다"(신화통신)는 소식도 나왔다. 13일까지 열리는 이번 양회는 '시진핑(習近平)주석-리커창(李克强)총리'체제의 중국 제5세대 지도부가 집권 2년 차의 중점 업무 계획 등을 보고하고 심의 받는 자리이다. 특히 지난해 11월 열린 중국공산당 제18차 전국대표대회에서 개혁을 전면적으로 심화시키는 한편, 시장의 역할을 강화하기로 한 만큼 그 원년이 되는 올해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이 제시될지 주목된다. 그러나 가장 큰 관심은 테러 대책으로 모아지고 있다.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제12기 전국위원회 제2차 회의가 이날 오후 3시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2,172명의 정협 위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됐다. 공산당을 비롯 각 정당과 사회단체 소수민족 대표들로 구성되는 정협은 중국 최고 국정자문기구로 다양한 건의가 나온다. 이날 회의엔 시 주석과 리 총리 등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들도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선 개막 선포와 국가 제창 뒤 쿤밍 열차역 테러 희생자에 대한 묵념이 1분 가까이 진행돼 눈길을 끌었다. 두칭린(杜靑林) 정협 부주석은 "쿤밍역 테러는 인민 군중의 생명과 재산, 안전을 크게 해쳤다"며 "이번 테러분자들을 강력 비판하며, 당과 정법 기관들이 테러 범죄 행위들을 법에 따라 엄중하게 처벌할 것을 적극 지지한다"고 말했다.

위정성(兪正聲) 정협 주석도 정협 상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신장(新疆)과 시짱(西藏) 문제에 대해 국가 정책의 주장을 천명하고, 국가의 핵심 이익과 주권의 안전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소수민족 군중, 종교를 믿는 군중과 밀접한 관계를 맺겠다"고 강조했다. 위 주석은 또 "애국주의와 사회주의의 기치를 높이 들고, 단결과 민주의 두 가치를 견지하며 안정 속에 발전을 도모하는 업무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5일에는 제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2차 회의도 열린다. 입법권을 행사할 수 있어 일종의 의회격인 전인대는 명목상으로는 국가최고권력기관이다. 가장 큰 관심사는 전인대 개막식에서 발표될 리 총리의 정부 업무보고 내용이다. 여기서 중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목표치가 공개되고 국방 예산도 구체적 수치가 나온다. 중국은 그 동안 양회에서 내 놓은 경제 성장률 목표치를 지키지 못한 적이 없는 만큼 이 자리에서 발표될 수치는 사실 최저선이라고 할 수 있다. 일각에선 올해의 경우엔 숫자가 아니라 일정 구간으로 설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의 국방 예산은 2010년(7.5%)을 제외하면 1989년 이후 매년 두 자릿수로 증가했다는 점에서 올해도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과의 영유권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만큼 국방비 증액이 얼마나 이뤄질 지가 관심이다.

이날 정협 개막식에서 볼 수 있듯 양회를 코 앞에 두고 터진 쿤밍역 무차별 칼부림 사건으로 안전과 테러 방지책이 양회의 주요 의제로 부상했다. 지난달 신설된 중앙국가안전위원회가 본격 가동되고 테러 근절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테러 근절 등을 명분으로 신장위구르자치구 등 분리 독립을 외치고 있는 소수민족들에 대한 대대적 탄압과 단속이 전개될 것도 우려하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잿빛 독성 스모그를 해결할 대책을 성토하는 민원이 많다. '호랑이'(고위 부패 공무원)를 잡기 위한 반(反) 부패 투쟁에 대한 의지도 재천명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양회를 맞아 법치와 인권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공직자 재산 공개 등을 요구하며 신공민(新公民) 운동을 벌여온 변호사와 지식인 등 20여명은 최근 법치 확립과 언론 자유 보장 등을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전인대에 보냈다고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3일 전했다. 이들은 2010년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5년 넘게 수감중인 류샤오보(劉曉波)와 인권변호사 쉬즈융(許志永)에 대한 석방 등을 주장했다. 이들이 양회 기간 중 기습성 시위를 할 수도 있고, 쿤밍역 추가 테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이번 양회는 이래저래 어수선한 분위기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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