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6일 알려진 전남 신안군 '염전 노예' 사건 이후 뒤늦게 시작된 경찰의 일제수색에서 신안 염전에서만 실종자를 포함, 임금체불 피해자 92명이 확인됐다. 이 가운데 24명은 장애인이었다. 염전을 사회적 약자를 착취하는 곳으로 방치한 경찰과 고용노동부 등 관리감독기관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달 10일부터 염전, 양식장, 축사, 장애인 보호시설 등 전국 3만8,532곳에 대한 민관 합동수색을 벌여 실종자, 무연고자 등 234명을 발견했다고 3일 밝혔다.
234명 중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한 사람은 107명, 체불임금 규모는 12억2,000만원에 달했다. 특히 전국 염전의 90%를 차지하는 신안 염전에 임금체불 피해자의 85%(92명)가 몰려 있었다. 이 중 24명은 청각장애나 지체장애 등을 갖고 있었고, 2명은 실종자였다.
수색 결과 지적장애가 의심되는 한모(64)씨는 서울역에서 노숙생활을 하던 1993년 직업소개업자에게 속아 염전으로 내려간 뒤 21년간 여름에는 염전, 겨울에는 김 양식장에서 하루 18시간씩 고된 노동에 내몰렸다. 업주가 사망한 뒤에는 업주의 아들이 그를 착취했다. 최근 3년간 체불임금만 5,600만원으로 산정됐다.
경찰에 실종신고가 접수된 지적장애 3급 이모(62)씨도 2012년 10월부터 지난달 초까지 신안 염전에서 일한 임금 1,500만원을 받지 못했다. 1999년부터 이곳에서 일한 지적장애인 김모(43)씨도 총 7,000만원의 임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염전에서 임금체불 피해를 당한 이들 중에는 장애 판정을 받지 못했지만 판단력이 떨어지는 이들이 다수였다. 대부분은 근로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혹사당했다.
경찰은 이들을 감금하고 폭행한 업주 1명을 구속했고, 13명은 준(準)사기나 상습폭행 혐의 등으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또 업주 10명에 대해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사 대상자 중에는 전남지역 기초의회 부의장 박모씨도 포함됐으며, 경찰은 최근 박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소금산업진흥법에는 2년에 한 번씩 염전 현황 및 환경, 인력 현황 등을 조사하도록 돼 있지만, 염전 노예 사건과 같은 열악한 고용 실태는 당국의 관심 밖이었다.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를 감시하고 단속해야 할 고용노동부, 매년 4월과 9월 대대적인 실종자 수색을 해왔던 경찰도 이런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실시한 일제수색에서 피해자가 무더기로 발견되자 경찰은 정기 일제수색을 수시 수색으로 전환하겠다며 뒷북 대책을 내놨다. 경찰청 관계자는 "해양수산부, 고용부 등 관계부처와 정보 공유를 통해 사회적 약자 인권침해 근절 대책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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