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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3월 4일] '정치혁신' 없이는 '경제혁신'도 없다

입력
2014.03.0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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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향후 경제정책 방향을 담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발표됐다. 계획안은 '기초가 튼튼한 경제', '내수기반 확충', '역동적인 혁신경제'란 3대 추진전략으로 이루어졌다. 전반적으로 평가할 때, 경제철학이 경제민주화에서 경제성장으로 바뀌었음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이다. 경제성장은 쉬운 과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그동안 경제민주화에 너무 집착했다. 정치계산으론 올바른 선택이었는지 모르지만, 경제계산으론 세월을 낭비한 셈이다. 세 가지 전략이 지향하는 방향은 각각 다르지만 의미 있는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기초가 튼튼한 경제' 전략은 '비정상의 정상화'의 다른 표현으로 핵심은 공공부문 개혁이다. 일반적으로 대선 기간에 공공부문 개혁이 단골 정치상품으로 등장하는데, 지난 대선과정에선 공공부문 개혁 슬로건이 없었다. 현 정부 출범 후에도 조용했으나, 1년이 지난 후에 이를 내세웠다. 공공부문 개혁은 공공부문의 낭비만을 줄이기 위한 개혁이 아니다. 공공부문이 비대하면, 민간경제가 성장할 수 없다. 따라서 경제 성장하기 위해선 반드시 공공부문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비록 1년이 지난 시점이지만, 공공부문 개혁을 핵심과제로 내세운 건 경제혁신을 통한 성장에서 얼마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지 잘 알고 있다는 의미다.

'내수기반 확충'전략은 서비스업 중심의 내수를 활성화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우리 서비스업은 이념의 각축장이 되어서 성장 지향적인 정책을 펼 수 없었다. 교육, 보건, 의료 등의 업종은 일자리 창출과 부가가치가 높은 업종임에도 불구하고, 공공성이란 논리로 온갖 규제를 합리화하여 성장할 수 없었다. 그 결과 서비스업이 국내총생산액(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비교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평균치는 약 60%이지만, 한국은 40% 수준이다. '공공성'과 '성장'이란 두 가지 틀 속에서 이념전쟁을 벌이는 동안에 미래 먹거리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내수기반 확충은 결국 규제철폐 정책이므로, 정치적으로 어려운 과제임에도 이를 내세운 건 높이 평가할 만하다.

'역동적인 혁신경제'는 '창조경제'의 또 다른 표현이다. 창조를 위해 많은 정부재원을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접근이다. 우선 창조는 정책수단이 아니고, 정책수단에 따라 발생하는 결과다. 창조의 주체는 민간이므로, 정책 방향에 따라 민간의 창조수준이 결정된다. 공공부문 개혁과 규제철폐만 제대로 이루어지면, 민간부문의 창조는 저절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정책안은 민간창조를 유도하기 위해 엄청난 재원투입을 하겠다는 방향이다. 정부는 무엇이 창조이며, 혹은 창조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절대 판단할 수 없다. 창조는 결과물이므로 창조 여부는 아무도 사전에 알 수 없다. 창조 여부는 소비자의 선택이란 행동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전에 정부가 창조 여부를 진단해서 재원을 배분한다면 결국 민간 부분을 정부재원 따먹기 경쟁으로 몰고 가는 것이다. 민간에서 진짜 창조가 아닌 창조답게 포장하는 것에 골몰하는 것은 정부재원의 낭비보다 더욱 심각한 문제다. 더 큰 창조를 위해 쓸 수 있는 민간의 창조에너지가 상실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경제혁신을 위한 세 가지 전략은 경제논리에 입각한 정책안이다. 정부가 경제문제를 드디어 경제논리로 접근하려 한다는 점에서는 다행이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산을 넘어야 한다. 공공부문 개혁, 규제철폐 등의 정책은 국회의 정치과정을 통해서만 현실화될 수 있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는 경제혁신에 대한 의지와 정책만 있지, 이를 가능하게 할 '정치혁신'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다. 정부의 새로운 계획이 말뿐인 종이호랑이가 되지 않기 위해선, '정치혁신 계획'도 뒤따라야 한다.

현진권 한국재정학회장

한국경제연구원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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