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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 대지진 3년] <중> 원전사고가 가르쳐 준 재생에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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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호쿠 대지진 3년] <중> 원전사고가 가르쳐 준 재생에너지

입력
2014.03.03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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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전례 없는 전력난을 겪은 일본은 2012년 7월 재생가능에너지 고정가격매입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소수의 전력회사가 에너지를 독점하던 데서 벗어나 누구나 전력을 만들어 전력회사에 되팔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 에너지 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점으로 인식된다. 이후 소프트뱅크 등 대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뛰어드는 등 전력사업은 새로운 미래의 먹거리로 자리잡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반 시민들이 직접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후쿠시마현 이와키시의 시민단체가 중심이 돼 설립한 '이와키 오텐토SUN기업조합'이 대표적 사례다. 조합은 이와키시 오가와초에 일반인이 직접 투자해 만든 에너지를 전력회사에 팔아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가 하면, 재생 에너지 만드는 방법을 각 가정에 전수해 전력의 자급자족을 실현시킨다는 점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1일 찾은 재생에너지 공급현장에는 2,300여㎡의 부지에 태양광 패널이 빼곡히 들어있었다. 1개당 160와트의 전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태양광 패널이 32개가 한 조를 이뤄 6구간에 나눠 설치돼있다. 이 사업을 주도하는 시마무라 모리히코(55) 사무국장은 "현재 이 곳에 설치된 192개의 태양광 패널에서 30㎾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며 "이렇게 만들어진 전력은 모두 도호쿠전력에 되팔고 있다"고 전했다. 전력규모는 6가구에 공급할 수 있는 양으로 이를 통해 매달 20만엔 가량의 수익을 얻고 있다. 이와키는 도호쿠 지역에서 일사량이 가장 많은 지역이어서 전력공급에 어려움은 없는 편이다.

시마무라는 1995년 한신대지진과 2011년 도호쿠대지진을 모두 경험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태양광 패널 판매 회사를 다니던 그는 두 지진을 겪으면서 자연을 거슬리지 말고 활용하는 지혜를 배워야 한다고 판단, 누구나 전력을 만들 수 있는 세상 만들기를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이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사업규모가 크지는 않은데도 이 프로젝트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는 여기에 참여하는 대다수가 일반인이라는 점이다. 2011년 12월부터 이 계획을 구상한 시마무라는 페이스북,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일반 시민들을 상대로 '이와키 커뮤니티전력 인 오가와마치'라는 프로젝트에 자원봉사자를 모집했다. 시민이 주인이 되는 전력 공급이라는 취지에 공감한 3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태양광 패널 설치작업에 발벗고 나섰고, 토지 개간, 지형정리 작업 등에 참가, 지난 해 4월 완성했다.

일회성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이 사업은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이 새로운 투자자를 자처하면서 규모가 커지고 있다. 조합은 일반인이 1구좌당 5만~10만엔씩 투자한 자금을 기반으로 기존 패널 인근에 새로운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태양광 패널 구입을 위한 초기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패널 수명이 30년인 반면 7년이면 수익을 맞출 수 있다. 태양광 패널 아래 공터에는 목화를 심어 수익성을 극대화했다. 조합은 여기서 자란 목화를 따 '오가닉 코튼 티셔츠'라는 이름으로 또 다른 수익사업을 전개한다.

한 투자자는 "원전 사고를 겪으면서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내가 만든 전기를 전력회사에 판매한다는 개념은 전력 수요자와 공급자의 위치가 완전히 전도되는 획기적 발상"이라고 말했다.

조합은 전력사업뿐 아니라 재생에너지의 자급자족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도 진행중이다. 조합은 오가와중학교에 태양광 패널을 이용한 전등을 설치하는 작업을 돕고 있다. 이 학교는 매년 학생 15명 가량이 참가해 전등 한 개를 켤 수 있는 태양광 패널을 만들고 있다. 시마무라는 "현재 센다이 등 타지역에도 전력 자급자족을 위한 사업을 진행중"이라며 "개인으로 볼 때는 미약한 전력일 지 모르지만 이런 움직임이 사회 전반에 확산된다면 원전이 필요 없는 시기도 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키(후쿠시마)=글·사진 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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