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때는 너무 잘 맞아도 문제다?'
각 구단의 2차 전지훈련이 종착역에 다다르고 있다. 8일이면 시범 경기가 시작되고 각 구단들은 이에 앞서 5~6일 인천 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매년 그렇듯 올해도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는 일부 선수들, 느긋하게 페이스를 끌어올리는 베테랑이 대조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약 6개월 간의 페넌트레이스 전쟁이 눈앞에 닥쳤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중고참 선수들은 매 타석 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시즌 때 칠 걸 캠프에서 다 치면 되나."
송일수 두산 감독은 캠프 전 "베테랑들은 알아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도록 배려할 것"이라고 했다. 메이저리그 경험이 풍부한 내야수 칸투, 한국 무대 4년 차가 된 에이스 니퍼트에 대해서도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워낙 자기 관리가 철저하기 때문에 개막할 즈음엔 100%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월 말 두산과 일본 프로 구단의 연습 경기가 한창인 일본 미야자키. "시즌 때 칠 걸 캠프에서 다 치면 되나?"라는 일부 베테랑들의 농담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손 맛을 보면 좋긴 좋다. 칸투는 지난달 27일 세이부와의 연습 경기에서 2회 첫 안타를 치고 "신이시여, 감사합니다"라고 두 손을 하늘로 치켜들었다. 담장을 넘어가는 호쾌한 대포도 아니었지만, 실전에서 처음으로 정타를 날리고는 온 몸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칸투는 이와 관련해 "안타를 치고 좋았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 동안 정타가 없어 조급함이 생긴 것도 아니었다"며 "모두 몸을 만들어 가는 과정이다. 개막에 맞춰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역시나 느긋한 자세를 취했다.
일본 프로야구 3년 차 이대호(32ㆍ소프트뱅크)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아직 컨디션이 100% 궤도에 오른 건 아니다"는 것이다. 이대호는 "현재 우리 팀에 컨디션이 아주 좋은 선수들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선수들도 있다. 나는 후자 쪽"이라며 "부상 방지가 가장 중요하다. 무리해서 훈련을 할 경우 겨우내 만들었던 몸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아키야마 고지 소프트뱅크 감독도 전지훈련 내내 4번 이대호를 최대한 배려하며 스스로 몸을 만들게 끔 배려하고 있다.
하지만 시범 경기에 돌입해서도 컨디션이 바닥이라면 문제가 있다. 페넌트레이스 개막 당일에는 신체 리듬이 완연한 상승 곡선을 그려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캠프 막바지, 시범 경기 때도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두산 캡틴 홍성흔은 "꾸준한 안타 보다는 득점권에서 타점이 나오는 게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야구는 멘탈 게임이다. 전지훈련 성적 보다 시즌 초반 성적이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며 "초반 성적이 좋지 않으면 시즌 내내 방망이가 잘 맞지 않는다. 시쳇말로 한 시즌이 말린다"고 했다. 홍성흔은 이어 "개인 최고 타율을 올렸던 2009년(0.371)에는 개막 한 달간 타율이 1할 대였지만 득점권에서 꾸준히 타점이 나왔다"면서 "올해도 이 같은 타격을 하기 위해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홍성흔은 일본 팀과의 마지막 경기였던 27일 세이부전에서 7-3으로 앞서던 9회 2사 만루에서 싹쓸이 2루타를 쳤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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