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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남녀'에 빠진 TV 금기의 그늘 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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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남녀'에 빠진 TV 금기의 그늘 벗다

입력
2014.03.03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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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이혼하겠어요. 이젠 더 이상 당신에게 기대할 게 없어요."

김수현 작가의 SBS 주말극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의 주인공 오은수(이지아)는 남편에게 이혼하자며 이렇게 퍼부었다. '세 번 결혼하는 여자'는 제목 그대로 고부갈등으로 이혼하고 재벌 아들과 재혼했지만 남편 외도로 또다시 이혼 위기에 몰린 주인공의 이야기다.

김 작가는 JTBC '무자식 상팔자'(2012)로 미혼모, SBS '천일의 약속'(2011)으론 30대 치매, SBS '인생은 아름다워'(2010)는 동성애, KBS '엄마가 뿔났다'(2008)로 엄마의 가출(독립)을 말하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 보면 김 작가가 제기한 이슈들은 오랫동안 사회가 묵혀두었던, 아니 차마 입 밖으로 내뱉기 꺼려했던 금기가 대부분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김 작가는 사람들이 드러내길 두려워하는 이혼이라는 바탕에 재혼까지 더해 시청자들에게 메시지를 던진다. 일흔을 넘긴 노 작가의 작품은 극 초반 한자릿수 시청률로 주춤하는 듯 했으나, 최근 15%를 넘기며 '명불허전'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젊은 층의 이혼과 재혼은 이제 우리 사회의 현실로 자리잡았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기준 남자 30대 이혼율은 25.2%, 40대는 37.9%이며, 여자의 경우 30대가 31.9% 40대가 35.6%를 보였다. 재혼율도 비슷하다. 남자 30대는 25.1% 40대는 36.2%다. 여자 재혼율도 30대는 35.7% 40대는 34.1%의 수치를 보인다. 부부 열 쌍 중 세 쌍 정도는 이혼했거나 재혼했다는 얘기다. 여자인 오은수가 두 번의 이혼을 선택하는 게 이제 먼 나라 이야기만은 아닌 것이다.

최근 들어 TV는 이혼 남녀들을 주목한다. SBS '짝'은 이혼 남녀에게 '돌싱 특집'을 통해 새로운 짝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이들은 외모나 직업 등 싱글 남녀들의 사랑 찾기 조건과는 달리 보다 현실적인 이상형을 찾는다. 상대에게 아이가 있는지, 월 수입은 얼마인지, 성격이 어떤지, 분가할 수 있는지 등 솔직한 질문들을 던지며 재혼감 여부를 탐색한다. 올 상반기에도 '돌싱 특집'은 예고돼 있다. SBS 관계자는 "2011년 첫 '돌싱 특집'에 비해 지금은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지원자가 많다"며 "재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어느 정도 완화된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도 사랑을 찾아 결혼에 골인하는 러브스토리 대신 이미 이혼한 커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tvN 금토극 '응급남녀'는 20대 초반에 결혼한 연상연하 커플이 생계, 시댁 문제로 결국 이혼해 6년 만에 다시 만난다는 설정이다. 의사가 된 두 사람이 병원 응급실에서 벌이는 알콩달콩한 에피소드는 이혼 남녀의 재결합이라는 독특한 스토리를 내놓았다. 최근 시청률 4%를 넘기며 '이혼 설정이 과연 통할까?'라는 우려를 단숨에 불식시켰다. MBC 수목극'앙큼한 돌싱녀'도 돌싱녀 나애라(이민정)가 재벌이 된 전 남편과 재결합하려는 과정이 담긴다. 이 드라마도 20대 부부가 생활고로 이혼을 하고 30대에 다시 만난다는 설정. 두 작품은 경제력이 없는 20대 부부의 시행착오가 이혼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JTBC 월화극 '우리가 사랑할 수 있을까'에선 한 아이를 키우는 39세 시나리오 작가 윤정완(유진)이 생계를 위해 마트 아르바이트도 마다 않고 밤낮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JTBC 관계자는 "일과 육아 등 이혼녀들의 고된 현실을 아주 솔직하게 드러내고자 했다"며 "드라마를 통해 특히 여성에게 쏟아지는 이혼의 편견이 달라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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