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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와 정반대 '정통 한은맨'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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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수와 정반대 '정통 한은맨'의 귀환

입력
2014.03.03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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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6일 한국은행 본점 15층 강당에서 진행된 이주열 당시 부총재의 퇴임식. 그는 작심한 듯 김중수 총재 취임 후 억눌러왔던 심경을 토로했다. "60년에 걸쳐 형성돼 온 고유의 가치와 규범이 하루 아침에 부정되면서 혼돈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졌다."

그의 퇴임사는 한은 안팎에서 두고두고 회자됐다. 2인자가 1인자를 향해 공개석상에서 직격탄을 날린, 유례를 찾기 힘든 사건이었다. 그만큼 두 사람 사이 갈등의 골은 깊고 또 넓었다.

그런 이 전 부총재가 김 총재의 후임으로 한은 총재 후보로 지명됐다. 김 총재와 이 총재 후보자는 경력(한은 외부-내부)은 물론 추구하는 철학(글로벌 역량-금융안정), 시장과의 소통방식(대립-소통) 그리고 인사원칙(개혁-보수)까지 어느 것 하나 공통점을 찾기 힘들다. 이렇다 보니 총재와 부총재로 같이 근무하던 2년 동안 사안마다 충돌했고, 막판에는 제대로 된 의견 교류조차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총재와 대척점에 서 있는 인물이 바통을 물려받는 것에 대해 시장의 반응은 대체로 호의적이다. 외부 인사였던 김 총재와 달리 정통 한은맨이 총재로 복귀하면서 지난 4년간 단절됐던 시장과의 소통이 조금씩 다시 부활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김 총재의 경우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색깔도 없고 전문성도 부족했기 때문에 시장에서 금융통화위원회 결정에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다"며 "통화정책 전문가인 이 후보자가 들어선다면 시장과의 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은 내부에서도 추락한 한은 위상을 회복시킬 것이란 기대감 섞인 반응이 많다. 한 간부는 "김 총재가 과도하게 글로벌 위상에만 치중한 나머지 국내에서 중앙은행으로서 한은의 위상이 너무 추락했다"며 "이 후보자가 복귀하면 한은 위상이 서서히 회복되지 않을까 기대된다"고 말했다.

우려도 적지 않다. 김 총재가 지난 4년 동안 대대적인 인사 혁신에 나서면서 이른바 '김중수 키즈'로 불리는 이들을 요직에 배치해 놓은 상태. 이 후보자가 들어설 경우 과거 정통 요직을 거쳤다 외곽으로 밀려난 이들을 제자리로 원상 복귀하는 과정에서 또 한번의 대대적인 인사 태풍이 몰아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와 친분이 두터운 한은 전직 임원은 "다시 대대적인 물갈이에 나설 경우 조직이 휘청댈 수 있다는 점을 이 후보자도 너무 잘 알고 있다"며 "외부로 밀려나 있는 핵심 인력 두어 명을 재기용하는 수준에서 충격을 최소화하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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