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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 크림이어 동부까지 뻗친 러 그림자… 미국 "경제 제재" 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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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 크림이어 동부까지 뻗친 러 그림자… 미국 "경제 제재" 강수

입력
2014.03.03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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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남부 자치공화국인 크림반도의 러시아 장악이 현실화하면서 친러시아 성향인 동부지역의 분리 움직임도 가시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유화책까지 써가며 막아보려 하지만 힘에 부쳐 보인다. 미국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파병에 거세게 반발하며 러시아를 정치ㆍ경제적으로 고립시킬 수 있는 제재를 가하겠다고 정면 경고하고 나섰다.

친러시아 동부지역도 넘어가나

3일 크림자치공화국 곳곳은 우크라이나 군기지가 부대 표식 없는 군복을 입고 중무장한 러시아 군인들로 완전 포위된 상태다. 우크라이나 병사들 대부분은 기지 안에 숨어 나오지 않고 있다. 크림공화국 수도 심페로폴에서 24km 떨어진 페리발노예에선 표식 없는 유니폼을 입은 수백 명의 군인들이 마스크와 헬멧, 고글을 쓰고 러시아 번호판을 단 차량을 타고 와 우크라이나의 해군과 보병 기지를 둘러쌌다.

우크라이나 군부대들은 친서방파가 장악한 우크라이나 새 정부가 아니라 속속 친러시아파로 바뀐 크림공화국에 투항하고 있다. 이에 발끈한 우크라이나 정부는 3일 크림공화국에 충성을 맹세한 데니스 베레조프스키 신임 해군사령관을 전격 해임했다.

크림반도의 러시아 장악 보다 더 우려되는 것은 역시 친러시아 지역인 "동부의 함락"이다. 전날 우크라이나에서 두 번째로 큰 동부 도시 카르키프 중앙광장에는 러시아 국기를 든 친러시아 시위대가 모였다. 러시아 국경에서 32k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카르키프의 시민들은 다수가 크림반도처럼 러시아 군인이 오는 게 더 낫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한 시민은 "난 꽃을 들고 그들을 환영할 것"이라며 "우린 피를 흘리고 싶지 않지만 기꺼이 피 흘릴 각오도 돼 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우크라이나 정부는 친러시아 세력이 큰 동부 지역의 분리주의 움직임을 막기 위해 동부 출신 올리가르히(신흥재벌)들을 현지 주지사로 임명하는 등 유화책을 펴고 있다. 알렉산드르 투르치노프 우크라이나 대통령 권한대행은 2일 우크라이나 최대 철강그룹 ISD의 세르게이 타루타 이사회 의장을 동부 도네츠크 주지사로, 유대계 재벌인 이고르 콜로모이스키를 드니프로페트로프스크 주지사로 임명했다.

케리 "믿을 수 없는 침략 행위"

미국은 러시아의 크림반도 장악이 현실로 나타나자 비판의 강도를 한 번에 몇 단계 높였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4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방분하기에 앞서 미국 방송에 잇따라 출연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파병을 "믿을 수 없는 침략행위"라며 "심각한 반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케리 장관은 특히 러시아의 파병에 대응해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정치, 경제적으로 러시아를 고립시키는 제재를 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를 제외한 주요 8개국(G8) 국가들이 러시아를 경제적으로 고립시킬 태세"라면서 "루블화 가치는 이미 떨어지고 있고 러시아는 경제적으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비자 발급 중단, 러시아 관료나 기업인의 자산동결, 투자ㆍ무역 관련 제재 가능성도 시사했다. 케리 장관은 6월 러시아 소치에서 예정된 G8 정상회의 불참은 물론 러시아의 G8 회원국 자격을 박탈할 수도 있다고 압박했다.

G8중 러시아를 제외한 7개국이 러시아를 규탄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도 2일 회원국 대사회의를 긴급 소집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나토 사무총장은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영토적 통합성과 주권을 지지하며 우크라이나 국민이 외부의 간섭 없이 스스로 장래를 결정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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