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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의 볼링그린 다이어리<50>마음가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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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의 볼링그린 다이어리<50>마음가짐

입력
2014.03.03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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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선수라면 누구나 슈퍼스타가 되기를 꿈꿀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목표를 향해 진행 하는 과정은 모든 선수들이 조금씩 다를 것이다. 야구를 하는 동안 매 순간 또는 매일 조금씩 성취감을 느끼기도 하며 실망을 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선수들을 지도하다 보니 한국 선수들과는 달리 성취도에 대한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먼저 나의 예를 들어 보자면, 나는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만족하는 날이 별로 없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배팅 시간에 10개를 쳤다고 가정을 하면 10개 모두를 정타를 쳐야 만족할 수 있었다. 그 중에 1, 2개 정도 빗맞은 것이 있어도 왠지 그 날 연습에 만족이 되지 않았다. 또한 게임에서도 매 타석 안타를 기록하지 못하면 무엇인가 아쉽기도 하고 잘 못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이것은 내가 어렸을 때부터 배워온 것으로 연습 때는 모든 볼을 잘 쳐야 하며, 게임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안타를 만들어야 좋은 선수로 성장 할 수 있다고 배웠다. 그런 훈련 때문에 내가 프로에서 오랜 선수 생활을 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연습이나 게임에서 완벽할 수 없다. 특히 타자의 경우는 10번 중에 3번만 성공해도 최고로 인정해 주는 것처럼 굉장히 어려운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가 항상 있었다. 예를 들어 원정 경기 결정적인 찬스에서 삼진을 당한 경우라면 이동하는 버스에서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었으며 호텔에 들어가서도 쉽게 잊을 수 가 없었다.

반면에 이곳 선수들을 보면 조금은 다른 면이 있다. 이 친구들도 연습 배팅 시간에 하나라도 못 치면 굉장히 화를 내며 구시렁구시렁 혼자 말을 자주 한다. 물론 스스로에게 화를 내는 것이다. 게임에서도 좋은 볼을 놓치거나 헛스윙을 하면 똑같이 화를 낸다. 특히 찬스 에서 좋은 결과를 만들지 못하면 극도로 화를 내며 몇몇 선수들은 라커룸 안으로 들어가서 울분을 삭히고 나온다. 여기까지는 우리와 별 차이가 없다. 하지만 결과가 나오고 나면 무서울 정도로 빨리 그 상황을 잊는다. 그렇다 보니 처음에는 너무 적응이 되지 않았다. 아니 어떻게 방금 전까지 걱정이 될 정도로 씩씩거리던 선수가 순식간에 마음을 진정시키고 완전히 다른 선수처럼 평온하게 있을 수 있는지 내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었다. 나쁜 것은 최대한 빨리 잊어버리고 다음을 준비하는 자세는 놀라울 정도이며 그렇기에 스트레스도 그 만큼 줄어드는 것 같다.

사실 우리는 지나간 과거에 굉장히 집착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누구나 후회를 하기 마련인데 특히나 타자라면 “아~ 그 볼을 쳤어야 했는데, 아~ 조금 일찍 준비를 했어야 했는데” 등 앞 타석에 있었던 과거에 집착하며 쉽게 잊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과연 어느 것이 다음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될까? 내가 지켜본 모습은 빨리 잊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다시 타석에 들어 갈 때 상대 투수는 다른 8명의 타자를 상대하고 만나기 때문에 선발 투수라도 해도 스피드나 제구력이 똑같을 수 없으며, 교체돼 다른 투수와 만날 수 도 있는 것이다. 최고의 연습은 게임이라고 한다. 이유는 아무리 게임과 똑 같은 연습을 하려고 해도 똑 같은 게임은 있을 수 없으며 타석에서 똑 같은 볼을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을 하며 내 스스로가 상황, 상황에 적응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기억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며 빨리 잊어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결국 이것은 선택의 문제인 것 같다. 예전 추신수 선수의 인터뷰 중에 이런 말이 기억이 난다. “배팅이 잘 안 되면 잘 맞았을 때의 동영상을 본다.“ 잘 안 됐을 때의 모습은 잊어버리고 가장 좋았던 모습을 보며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 간다고 이야기 하는 것이다. 잘 했던 기억을 되살리며 가장 좋은 상태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이 결국은 다음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잭 웰치 전 GE(제너럴일렉트릭) CEO가 고등학교 시절 아이스 하키 팀 주장을 맡았을 때, 매번 참패하던 고등학교와의 마지막 게임에서 승리를 앞뒀다가 또 다시 역전패를 당했다. 분노를 참지 못해 하키 채를 내동댕이치고 라커로 들어가 씩씩거리고 있을 때 그의 어머니가 들어와 멱살을 잡고 이렇게 소리쳤다고 한다. “바보 같은 녀석아, 진 것을 받아 들이지 못하면 앞으로 무슨 일을 하든 라이벌을 이길 수 없을 거야.”(김진욱, 위기의 CEO)

결국 지는 것도 배워야 하는 것이며 지는 방법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내가 타석에서 실패를 했다면 당당하게 받아들이며, 냉정하게 판단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못한 것인지 아니면 투수가 잘 던진 것인지, 만약 투수가 잘 던졌다면 그냥 인정해 주면 된다. 그것을 전 타석에 대한 미련으로 패배감에 젖어 있는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좋은 타자가 되기 위해서는 지난 타석은 빨리 잊고 좋았던 기억을 되살려 준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볼링그린 하이스쿨 코치ㆍ전 LG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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