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성형, 보톡스 시술, 피부관리, 제모, 깔창, 헤어스타일 관리, 운동…. 외모를 다듬는 데에 여성 못지 않은 노력을 쏟는 해병대 출신의 회사원 A(29)씨. 그는 10년 전 부대 목욕탕에서 “몸에 털이 많다”는 선임병들의 놀림에 시달린 이후 제모 등 외모 가꾸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군입대 전 운동과는 담을 쌓았던 B(28ㆍ육군 출신)씨는 2007년 군대에서 상병이 된 후 몸 만들기에 재미를 붙였다. B씨는 “초임병 시절 고참들은 헬스장에 가면서 일ㆍ이등병은 운동을 못하게 했다. 고참의 특권을 누리려고 운동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군 경험이 외모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장혜윤(연세대 의류환경학과)씨는 28일 석사학위 논문 ‘20대 남성의 군복무 경험에 따른 외모관리행동에 관한 질적 연구’에서 “사회로부터 격리되고 위계 질서가 강한 군대의 특수한 문화가 외모에 대한 남성들의 관심에 큰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사회와 단절된 군대에서는 선ㆍ후임병이나 남성잡지 같은 제한된 정보원의 영향이 크다. 육군 출신 C(27)씨는 논문에서 “남성잡지에 나오는 최신 패션이나 운동 방법을 보고 ‘나도 이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B씨처럼 외모에 관심이 없던 남성도 진급을 하면 특권 누리듯 화장품을 쓰거나 헬스장에 다니기 시작한다.
지난해 6~10월 군 복무 경험이 있는 23~29세 남성 15명을 일대일 심층 면접해 논문을 쓴장씨는 “결과를 성급하게 일반화할 수 없고, 군 제대 전ㆍ후를 비교하는 종적 연구 및 양적 연구가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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