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1, 2위 도시인 서울과 부산에서 경찰의 특수시책이 잇따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범죄에 강력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지만 현장 경찰들 사이에서는 단기간에 성과를 올리려 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부산지역 15개 경찰서들은 3일부터 사기 횡령 배임 등 경제사범을 근절하기 위해 수사과 경제팀 안에 '악성사기 전담수사팀'을, 지능팀에는 '진돗개 추적팀'을 운영한다. 악성사기팀이 고소고발 자료를 분석해 악성사범을 선정하면 진돗개팀이 집중 수사하는 시스템이다. 진돗개팀이란 명칭은 이금형 부산경찰청장이 직접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광주경찰청에서 비슷한 팀을 운영 중이라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팀 명칭 때문에 "코드 맞추기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5일 국무조정실 업무보고에서 "한번 물면 놓지 않는 진돗개 정신으로 비정상의 정상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의 한 경찰은 "사건 처리가 늦은 이들에게 경각심을 줄 수 있겠지만 중소기업 고소고발 전담팀이 운영되고 있는데 또 팀을 만들면 업무가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 부산 교통경찰들에게 산타클로스 모자를 씌웠던 이 청장은 시위 현장의 위압적인 경찰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초록색과 분홍색(여경) 헬멧을 쓰자는 아이디어도 제안했다. 지난 1월 부산경찰청 간부회의 때는 이런 색을 입힌 헬멧과 진압용 방패로 시연회까지 열었지만 경찰청 반응이 안 좋아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당시 일각에서는 "걸그룹 크레용팝을 연상시킨다"는 한숨도 나왔다.
강신명 청장 취임 뒤 112신고 신속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서울경찰청은 지구대와 파출소에 '야간-야간-비번-휴무' 전담조 신설을 추진 중이다. 기존 '주간-야간-비번-휴무'의 4교대에 야간근무 전담조를 추가해 범죄 다발 시간대에 근무자를 늘리는 게 목적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28일 서울지역 31개 경찰서 생활안전과장들이 참석하는 워크숍도 열렸다. 서울경찰청은 희망자 위주로 전담조를 꾸릴 계획이지만 일선에서는 "강제는 아니라도 젊은 경찰관들에게만 야근이 돌아가게 될 것" "새벽 2시에 야간근무 끝나면 차 없는 사람은 집에도 못 가겠다"는 등 불만도 만만치 않다.
서울경찰청장의 경우 특별한 흠이 없다면 경찰청장 1순위 후보다. 부산경찰청장은 이성한 경찰청장이 부산에서 본청으로 직행하는 선례를 만든데다 최초의 여성대통령 정권이라 유력한 후보군에 포함된다. 이로 인해 경찰조직에서는 "특수시책들이 청장의 업무성과와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수도권 모 대학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효과를 거둔다면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특수시책이 안정되려면 1년은 필요한데 무리하게 시도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밝혔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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