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첩보작전이었다. '제3지대 신당 창당'계획은 지난해 말부터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무소속 안철수 의원 사이에서 비밀리에 진행되다 최근 사흘 동안 급진전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누구도 비밀작전을 눈치채지 못했다.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 대표는 지난 달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 도중 여의도 한 호텔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무공천 결심을 굳혔다. 이 자리에서는 신경민 최고위원을 제외하고 '공천 폐지'의견이 압도적이었다. 김 대표는 이날 무공천 결정을 바탕으로 그 동안 당과 범 야권에서 제기됐던 '야권 통합' 카드까지 새정치연합 측에 건네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김 대표의 의중은 민주당 우원식 최고위원을 통해 새정치연합 측 송호창 의원으로 건너갔다. 지난해 말부터 야권 통합론을 공개적으로 주장해 온 우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직후 송 의원에게 민주당의 결정을 전하면서 통합 의사를 타진했고, 송 의원도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후 논의는 일사천리였다. 김 대표는 이날 밤 안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무공천 결정과 '연대 혹은 통합' 논의를 공식 제안했고, 이튿날 1일 오전 8시 30분부터 2시간 동안 배석자 없이 안 의원과 회동을 가졌다. 신당 창당에 대한 원론적 합의는 여기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도 분주히 움직였다. 안 의원은 이날 강봉균 전 의원 출판기념회 참석을 위해 전주를 방문한 뒤 서울로 돌아와 오후 8시 30분쯤 김 대표와 2차 회동을 가졌다. 2일 오전 0시 40분께 합의문 완성까지 양측은 4시간에 걸친 마라톤 협상을 벌였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측은 최재천 전략홍보본부장과 민병두 의원이, 새정치연합 측은 송호창 의원과 조광희 변호사가 배석했다. 그제서야 김 대표는 새벽 2시께 최고위원들에게 오전 9시 긴급최고위원회의 개최를 알렸고, 새정치연합도 오전 9시 공동위원장단 회의와 10시 팀장급 회의를 소집했다. '신당 창당' 선언 당일까지 김 대표와 안 의원, 그리고 양측 실무자들을 제외하고 철저히 비밀에 부친 셈이다.
앞서 김 대표와 안 의원은 지난 달 24일 비공개 회동에서도 연대 내지 통합 가능성에 대한 탐색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김상곤 경기교육감의 경기지사 출마 여부가 양측 간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을 때도 협의가 진행됐다고 한다.
하지만 양측의 접촉은 지난해 12월말로 거슬러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우원식 최고위원과 송호창 의원의 채널이 당시부터 가동됐다고 한다. 민주당 핵심 인사는 "김 대표에게 대통합의 임무를 부여받은 우 최고위원이 송 의원에게 전달했지만 부정적 반응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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