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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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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인터뷰

입력
2014.03.0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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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민생은 더 나빠졌다”

“3개년 계획, 대통령 의지의 표현, 그러나 패러다임이 헷갈린다”

“공공개혁 정부 사과가 먼저다”

“규제개혁, 관료들이 그들의 힘을 순순히 내려놓겠나”

“근혜노믹스를 넘어 교육 뉴딜정책이 나와야”

박근혜정부 경제정책의 근간인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발표된 지 사흘 뒤인 지난달 28일. 김광두(67) 국가미래연구원장을 서울 마포 집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 공약 마련에 상당한 기여를 하며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과외교사’ 역할을 한 인물. 많은 대선 공신들과 달리 정부를 향해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그에게 현 정부 1년의 경제 정책과 3개년 계획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그의 진단은 냉정했다.

_박근혜 정부 1년간 경제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성장률이 다소 높아지는 등 외형적인 성장을 했죠. 하지만 민생은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더 나빠졌어요.”

김 원장은 국가미래연구원의 민생지수 조사 결과를 내밀었다. 이 지수는 김 원장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 성과를 살펴보기 위해 개발한 지표 중 하나. 고용률과 고용의 질, 실질소득, 식류품비, 교육비, 실질 전세가격 등 11개 지표를 종합해 지수화했다.

“가장 최근인 작년 3분기 민생지수가 99.1입니다. 기준치인 100을 밑돌아요. 노무현 정부 평균(101.1)이나 이명박 정부 평균(100.5)에 못 미치는 수준이지요.”

_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대기업 위주의 성장 때문일 겁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제외하면 우리 증시는 5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 갑니다. 작년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 성장률도 마이너스 0.9%에 머물렀어요. 밑바닥 경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쏟지 못했다는 얘기일 겁니다.”

_박근혜 정부를 1년 내내 괴롭힌 게 불통(不通) 논란이었는데요.

“저는 정책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어요. 연구원에서 정책 소통에 대해서 여론조사를 했는데 그 결과가 아주 의미 있어요. 정책의 내용을 알면 여론의 찬성률이 높아지는데 내용을 모르면 반대가 많다는 겁니다. 공감대를 높이려면 정책 소통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지요.”

김 원장은 인터뷰 중에 최근 연구원이 청년층을 상대로 개최한 ‘영상제언 페스티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동영상을 보여줬다. 지역주민들의 반발 때문에 심한 홍역을 겪었던 행복주택 문제를 통해본 소통의 중요성에 관한 내용이었다.

“행복주택이라는 훌륭한 제도가 지역주민들의 큰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었던 건 추진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과 협의 절차가 부족했기 때문이죠. 정책을 일방적으로 제시하고 국민들에게 그대로 따르라고 해선 곤란해요. 공감대를 얻어내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_박 대통령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담화문 발표를 보셨을 텐데요. 총평을 하신다면요?

“박 대통령이 정말 잘 해보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담았다고 생각이 되더군요. 담화문 곳곳에 절실한 마음이 묻어나더군요. 하지만 너무 많은 내용들을 담다 보니 나무만 보이고 숲은 안 보인다든지 눈길을 끄는 메시지가 없다든지 이런 얘기들이 나오는 것 같아요.”

_그렇다면 큰 틀에서는 동의를 하신다는 말씀인지요.

“3개년 계획이 담고 있는 경제 운용 패러다임에 다소 회의적인 입장입니다. 박정희 정부 시대에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정부가 주도했죠. 이번 3개년 계획 역시 정부가 강하게 주도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요. 글로벌 경제시대에 과연 정부가 경제개발을 주도하는 것이 맞을까요?”

김 원장은 특히 이런 정부 주도 경제개발 전략은 3개년 계획의 핵심 중 하나인 규제 혁파와도 모순이 된다고 했다.

“정책 운용은 정부가 주도하면서, 규제 혁파는 시장의 원리에 맡기겠다는 거잖아요. 정부와 시장의 역할 분담이 제대로 될 수 있을지. 곳곳에서 충돌이 생기지 않을지 우려가 되는 거죠. 정부의 경제 운용 패러다임이 뭔지 헷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_세부적인 내용으로 들어가 보죠. 정부는 공공개혁에 대해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는데 저항이 상당합니다.

“공공개혁은 당연히 해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먼저 바뀌어야 됩니다. 먼저 낙하산 인사는 명백한 잘못이에요. 낙하산으로 기관장이나 임원을 임명한 조직을 개혁하겠다고 하니 노조나 여론 반발은 당연하겠지요. 정부의 원죄에 대해서도 사과를 해야 됩니다. 공기업 부실 중에 적지 않은 부분이 정부가 부담해야 할 공공사업 비용을 무리하게 공기업에 떠넘기면서 생긴 거잖아요. 그렇다면 공공개혁을 주문하기에 앞서서 정부가 먼저 사과를 해야죠. ‘우리가 잘못해서 떠넘긴 부분도 있고 그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질 테니 협조해 달라’는 식으로 접근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쓰레기를 길거리에 버려놓고 청소부에게 왜 안 치우냐고 따지는 격이잖아요.”

그는 이런 요인들 때문에 노조의 저항에 직면할 峙謗?없고, 공공개혁의 추진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_박 대통령이 3개년 계획에서 가장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 중 하나가 규제개혁인데요.

“관료들만 믿어서는 규제개혁을 할 수 없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관료의 힘이 어디서 나옵니까? 규제에서 나오죠. 정부 부처에게, 또 관료들에게 규제를 없애라고 하는 건 자기 힘을 내놓으라는 겁니다. 관료들이 그렇게 쉽게 기득권을 포기할 수 있을까요?”

김 원장은 역대 정부마다 규제 개혁을 외쳤지만 숱한 규제가 남아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아마 과거 정부에서 규제를 없앴다고 밝힌 숫자를 다 합쳐보면 지금 우리나라에는 규제가 하나도 없어야 됩니다. 하지만 보세요. 아직도 숱한 규제가 남아있잖아요. 과거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관료에만 기대지 않고 정말 규제 개혁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봐야 할 겁니다.”

_창조경제의 핵심 중 하나가 벤처 육성이겠죠. 정부가 올해 4조원 가량의 막대한 돈을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김대중 정부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데요.

“벤처 육성을 위해서 여기저기에 돈을 지원하겠다 이런 식이더군요. 돈으로 모두 해결하겠다는 접근이죠. 김대중 정부 때 이미 경험을 해봤지 않습니까. 벤처 육성에 돈을 엄청나게 지원했지만 결국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고, 거품도 생겼어요. 벤처 육성에 돈이 필요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돈만 가지고 되는 건 아닙니다.”

_벤처 육성을 위해서 필요한 건 어떤 겁니까.

“진짜 벤처가 잘 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사람이에요. 생산 현장에서, 또 학교에서 어떻게 창의적인 인력을 체계적으로 양성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아예 빠진 것 같아요. 연구소나 기업, 대학 등이 산학협동으로 맞춤형 단기교육을 하는 등의 다양한 대안이 모색돼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벤처 신화는 없을 겁니다.”

그는 특히 벤처 육성을 위해서는 산업 구조조정이 병행돼야 한다고 했다. 새로운 것을 육성하려면 낡은 것을 도려내야 한다는 얘기다.

“신규 벤처가 잘 나오려면 기존 산업의 구조조정이 맞물려야 해요. 그런데 이 내용은 3개년 계획에 전혀 없더군요. 선진국처럼 우리도 선제적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래야 외부 변화에 맞춰 우리나라의 산업구조가 스스로 바꿔나갈 수 있어요.”

_내수활성화 정책도 역대 정부의 실패한 대책들과 별 차이점을 찾기 힘듭니다.

“맞아요. 증시도 부동산도 제자리 걸음이고 가계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섰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어떤 대책을 내놓아도 소비가 크게 늘긴 어려워요. 내수활성화를 아무리 외쳐보다 답을 찾기란 쉽지 않은 거죠. 내수활성화를 위해서는 소비보다 투자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고 봐요. 기업들이 왜 국내에 투자하지 않고 해외에 투자를 하는지, 그게 단지 규제 때문만은 아닐 거에요. 면밀한 분석이 필요할 겁니다.”

_마지막으로 박근혜 대통령과 경제팀에게 제언하고 싶은 게 있으시다면요.

“저는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모든 문제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그게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우리 사회의 많은 문제가 교육 속에 다 들어있는 거죠. 교육은 사람을 키우는 것이기 때문에 창조경제의 기본이 되고, 공교육이 바로서면 사교육 때문에 벌어지는 사회 양극화 현상을 해소할 수도 있습니다. 또 교육비 부담이 줄어들면 내수 활성화로도 이어질 수가 있어요.”

김 원장은 그래서 현 정부 임기 내에 대규모 공교육 프로젝트 청사진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른바 ‘근혜노믹스’를 넘어서서 교육 뉴딜정책 같은 것을 만들면 어떨까요? 선택과 집중이 없이 모든 가능한 정책을 나열하는 것보다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중요할 겁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 프로필

ㆍ1947년 전남 나주 출생

ㆍ광주제일고- 서강대 경제학과- 미국 하와이대 경제학과 박사

ㆍ국제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ㆍ한국개발연구원 산업연구원

ㆍ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ㆍ서강대 경제대학원장

ㆍ한국국제통상학회장

ㆍ한국국제경제학회장

ㆍ국가미래연구원장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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