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한복판의 제과점에서 50대 남성이 여성을 상대로 3시간 가까이 인질극을 벌이다 체포됐다.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주말 밤 번화가에서 발생한 인질극에 시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흉기를 사용해 인질극을 벌인 김모(57)씨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2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1일 오후 9시 23분쯤 이마에 피를 흘리며 지하철3호선 압구정역 근처의 한 제과점에 들어갔다. 이를 본 종업원의 119 신고로 6분 뒤 구급대원 4명이 도착해 치료를 하려 하자 김씨가 돌변했다.
주방에서 제빵칼 두 자루를 들고 나온 김씨는 빵을 고르던 손님 M(48ㆍ여)씨를 위협해 매장 구석 의자에 앉히고 바로 옆에 앉아 자신의 목에 칼을 대며 2일 새벽 0시 24분까지 경찰과 대치했다. 매장 점원 3명과 다른 손님들은 인질극이 벌어지자 대피했고 취재진과 시민 등이 몰려들어 매장 주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출동한 경찰들이 김씨와 마주앉아 협상에 나섰지만 김씨는 특별한 요구 없이 "죽여달라. 누가 날 감시ㆍ미행해 불안하다"고 말했다.
경찰의 설득 끝에 M씨는 2시간 43분 만에 풀려났다. 이후 김씨가 테이블 위에 있던 포크로 자신의 목을 찌르려 하자 경찰이 제압하며 심야 인질극은 막을 내렸다.
조사결과 의류사업을 했던 김씨는 지난해 4월쯤 사업실패로 식당 설거지 등으로 생계를 이었고, 같은 해 6월부터는 찜질방 등을 전전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신경안정제를 4년간 복용했고 지난해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진술했지만 인질극 전에는 신경안정제를 복용하지 않았다.
이마의 상처는 범행 15분 전 목욕을 마친 김씨가 제과점 인근 상가 벽에 자해해서 생겼고, 인질극 피해자인 M씨와는 전혀 모르는 사이로 밝혀졌다. 김씨는 범행동기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신질환에 의한 돌발행동으로 보인다"며 "정신과 치료병력 등을 확인하는 등 추가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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