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민의 대표 푸줏간으로 자리잡은 마장동 축산물시장. 지금은 도심 부적격 시설이라는 이유로 사라졌지만, 여기에는 우시장과 도축장도 수십년간 성업했었다.
서울역사박물관이 도축장 건설을 설계한 건축계 원로 이광노(86ㆍ사진) 서울대 명예교수(건축학과)의 증언 등을 바탕으로 을 발간했다고 2일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마장동에 축산물시장이 형성되기 3년 전 1958년 4월 우시장이 먼저 들어섰다. 61년 8월 도축장과 축산물시장이 함께 생겼고 69년 경매장도 섰다.
이 명예교수는 “설계 당시 최첨단 기법인 PSC공법이 국내 최초로 마장동 도축장에 반영됐다”며 “이는 당시 도축장 설립에 대한 정부와 시민들의 관심이 얼마나 높았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마장동 도축장에는 갓 잡은 소의 피를 마시는 ‘피 다방’도 있었다. 매일 새벽 5시 소의 울대에서 솟아나는 따끈따끈한 피 한 사발을 마시려는 사람들로 피 다방은 문전성시를 이뤘다. 민간요법에서 갓 잡아 온기가 남은 짐승의 피는 병자나 허약자에게 특효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도축장 근처에 소ㆍ돼지가 묵어가는 ‘마방’이라는 공간도 있었다. 지방에서 올라온 소ㆍ돼지 중에 가격이 맞지 않아 거래가 안 되면 마장동에서 하루를 묵어야 했다.
이번 생활문화자료조사에선 가정에 재복(財福)이 들어온다며 소코뚜레를 사고파는 모습, 레슬링 선수들이 힘을 겨루는 수도(手刀)치기 등 이젠 사라진 마장동의 민간풍습도 확인됐다. 이처럼 상인과 일꾼, 가축의 울음소리로 가득했던 우시장은 1974년 4월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도축장은 98년에 문을 닫았고 2년 후 경매장도 뒤를 따랐다. 지금은 마장동 축산물시장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편 서울역사박물관은 마장동과 함께 남대문시장과 가리봉동 조사보고서도 함께 냈다. 각 보고서는 지난해 현장·자료 조사를 거쳐 세 지역의 변화과정과 공간 특성, 주민 생애 등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진, 도면, 증언을 풍부하게 담았다. 서울도서관과 서울역사박물관 자료실을 비롯해 서울 소재 공공도서관에서 열람할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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