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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에 맞서고 극복하는 것에 매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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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에 맞서고 극복하는 것에 매료"

입력
2014.03.0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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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의 인기 작가 요 네스뵈(53)는 국내에서도 이미 스타였다. 그가 지난달 27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할 때 할리우드 스타라도 내한한 것처럼 수십 명의 팬이 플래카드를 들고 환호했다. 암벽등반을 위해 태국에 머물다 한국을 찾았다는 그를 서울 가회동에서 만났다. 범죄소설로 명성을 얻은 작가의 취미가 암벽등반이라니 꽤 인상적이다.

"내면의 공포를 탐구하는 게 흥미롭다. 두려움과 맞서고 그것을 극복하는 것에 늘 매료된다. 암벽등반이 위험하진 않지만 높은 곳에 매달리면 자연스레 공포를 느끼게 된다. 공포에 직면하면 머리와 몸이 따로 움직인다. 공포가 몸을 지배하면 머리가 생각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게 된다. 두 개의 성격이 나오는 것이다."

요 네스뵈는 스웨덴의 헤닝 만켈, 스티그 라르손과 함께 '스칸디나비아 누아르' 열풍을 이끄는 주역이다. 그가 쓴 10권의 '해리 홀레' 시리즈는 인구 500만명의 노르웨이에서 300만권 이상 팔렸고 세계적으로 2,000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해리 홀레 시리즈의 일곱 번째 작품인 (2007)은 국내에서만 5만부 이상이 팔렸고 (2000)와 (2009)에 이어 작가의 데뷔작이자 해리 홀레 시리즈의 서막인 (1997)와 (2002)가 최근 번역, 출간됐다.

그는 작가가 되기 전 범죄소설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했다. "어렸을 땐 아버지 때문에 마크 트웨인의 과 윌리엄 골딩의 같은 책을 읽었고 나중엔 미국의 하드보일드 소설을 좋아했다. 레이먼드 챈들러나 대실 해밋 같은 작가보단 로렌스 블록, 짐 톰슨을 좋아했다. 노르웨이 극작가인 헨릭 입센을 비롯해 스칸디나비아 작가들도 좋아했기 때문에 미국과 북유럽 문학 중 어떤 것에 더 영향을 받았는지 말하긴 힘들지만 아무래도 미국 문학에서 더 큰 영향을 받은 듯 하다."

는 알코올 중독에 트러블메이커인 경찰 해리 홀레를 세상에 처음 알린 작품이다. 노르웨이 여인의 살인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호주로 건너간 홀레의 활약상을 그린다. 는 오슬로에서 일어난 전대미문의 은행강도 사건을 다룬다. 번역된 책으로도 평균 500쪽이 훨씬 넘는 긴 분량인데, 그의 작품들은 대체로 플롯이 복잡하고 사건의 실마리가 매우 천천히 드러나는 게 특징이다.

네스뵈는 범죄소설을 쓰는 이유를 장르의 구조적 장점 때문이라고 했다. 범죄 자체보다 인물의 상태와 행위의 동기, 인물들 간의 관계에 관심이 더 많다는 그는 "범죄소설을 쓰는 건 독자를 계속 궁금하게 하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가기 좋은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채로운 이력의 소유자다. 10대 시절엔 프로 축구선수를 꿈꿨고 부상 후 학업으로 방향을 돌려 잘 나가는 증권 중개인으로 살았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동생과 함께 1992년부터 록 밴드 '디 데레'의 리드 싱어로 활동하며 노르웨이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1997년 호주로 긴 휴가를 떠나기 전 출판사에서 일하던 친구에게서 밴드에 대한 책을 써달라는 요청을 받고 "밴드에 관한 글이 아닌 다른 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이 작가로서 첫 걸음이었다. 그는 " 원고를 마치고 직장으로 돌아와 컴퓨터를 켜면서 '일을 그만두고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범죄소설 작가이자 동화 작가이기도 한 그는 현재 영국 출판사의 제의를 받고 셰익스피어의 를 범죄소설로 다시 쓰고 있다. 해리 홀레 시리즈의 신작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그는 최근작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음을 암시했다. "지난해 가 나왔는데 그게 마지막이 될 수도 있고 다시 쓸 수도 있다. 해리 홀레 시리즈를 쓰는 건 매우 지치는 일이어서 지난 몇 작품을 쓰면서 '이 정도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쓰고 싶어야 글을 쓰지 팬들과의 약속이나 의무감 때문에 쓰고 싶진 않으니까. 시리즈의 신작이 나오더라도 지난 번보다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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