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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러시아 땅이다" 완장 찬 시민들이 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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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러시아 땅이다" 완장 찬 시민들이 검문

입력
2014.03.02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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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군사개입으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자치공화국 상황이 긴박해지고 있다. 수도 심페로폴과 러시아 흑해함대 기지가 있는 흑해 연안 세바스토폴에서는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영국 BBC, 일본 아사히ㆍ마이니치신문 등 외신의 르포와 인터뷰를 종합했다.

크림자치공화국 수도 심페로폴에서 러시아 흑해함대 기지가 있는 남서부 군항 세바스토폴까지는 120㎞. 세바스토폴로 이어지는 간선도로변은 포도밭이 펼쳐진 전원지대다. 1일 심페로폴을 떠나 세바스토폴에 가까워지자 도로를 가로막고 선 검문소가 느닷없이 나타났다. '여기는 러시아다'라고 쓴 플래카드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검문소에서 통행자를 심사하는 것은 하지만 크림공화국 경찰이나 군도, 공무원도 아니다. 친러시아계 시민이다. 벌써 나흘 전부터 천막을 쳐놓고 먹고 자며 검문을 계속하고 있다고 한다. 운전기사인 본업을 접어두고 검문을 하고 있는 바실리 푸슈코(42)는 "키예프의 파시스트에게서 크림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무장을 하고 있지 않았지만 "무슨 일이 생기면 15분 안에 무장한 사람들이 온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군의 도움을 받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자율적으로 하는 것이지 도움 받는 건 없다"고 말했다.

친러시아계 무장세력이 점거하고 있는 세바스토폴 근교의 벨벡공항 근처에서도 승용차 3대와 철제 바리케이드로 도로를 막고 검문을 실시하고 있다. 검문 중인 블라디미르 비노그라도프(56)는 "더 이상 들어가면 총에 맞는다"고 경고했다. 그는 오렌지와 검정색이 들어간 완장을 차고 있었다. 과거 전쟁에서 러시아가 승리했다는 상징이라고 설명한다. 가로 막힌 길 너머 100m 정도에 군용 차량과 약 10명의 무장군인이 눈에 띄었다. 소속을 표시하는 완장은 보이지 않는 상태. 길을 따러 국방색 군차량이 쉴새 없이 오가고 있었다.

러시아의 군사개입 소식이 전해진 이날 심페로폴에서는 러시아계 주민들의 "우라(만세)"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동료들과 함께 치안유지활동 중인 빅토르 부지카예프(46)는 "러시아군은 우리의 형제"라며 "(이달 30일로 예정된 자치권 확대)주민투표를 방해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게 됐다"고 환영했다. 크림자치공화국 의회는 당초 5월 25일 우크라이나 대선에 맞춰 실시하기로 했던 크림반도 자치권 확대 관련 주민투표를 30일로 앞당겼다. 비탈리 세멘코(65)는 "우리들의 요구에 응해주어서 고맙다"며 "크림은 원래 러시아였으니까"라고 말했다. 심페로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친러시아인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몰아낸 우크라이나 새 정권을 "네오나치"라고 부르고 있다.

이날 심페로폴에서는 오후부터 1,000명 이상의 러시아계 주민이 시내 중심부에서 시위 행진을 했다. 거대한 러시아 국기를 들고 나온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걸으며 연신 "러시아"를 외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민병대 차림으로 나온 사람들은 시민들의 요청에 응해 기념촬영하는 모습도 보였다. 실제로 총기를 휴대한 듯 한차례 총성도 들렸다. 한 택시 운전사는 "공항도 도로도 봉쇄돼 있기 때문에 키예프 사람들(우크라이나 새 정권)은 크림반도에 들어올 수 없다"며 "상황은 안정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심페로폴에 사는 러시아계 주민 올레그 보로비오브는 이날 "크림 사람들은 이곳에서 군대를 보기를 원치 않는다"며 "시내 여기저기서 주요 기관의 치안을 확보하기 위해 자원한 비무장 집단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들은 모두 도시를 지키려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보로비오브는 하지만 전날 스웨덴 기자의 통역을 위해 심페로폴 공항에 다녀왔다며 거기서 "민병대와 수준이 다른 중무장 병력을 보았다"며 "그들은 자신들을 우크라이나 자위군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정치인이나 정당도 싫지만 러시아가 여기에 개입하는 것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심페로폴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유리 체르니(39)는 "주변에서 벌써 (러시아의 개입으로 전쟁으로 이어진)그루지아나 옛유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며 "푸틴의 개입에 반대하는 온라인 청원운동도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양친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계라는 세바스토폴의 여대생 베로니카 악시오디나는 "창문을 통해 도로 한쪽편에서는 러시아 집단을 다른 쪽에서는 우크라이나 집단을 볼 수 있지만 갈등을 일으킨다기보다 보호해준다는 느낌"이라며 "크림은 러시아 사람들이 많지만 법적으로 우크라이나이며 다들 그렇게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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