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산의 능선이 희뿌연 배경에 스며들었다. 색 바랜 하늘은, 잠시 일손을 멈추고 산책하는 작은 즐거움마저 빼앗아갔다. 그 놈의 미세먼지가 요 며칠 일상을 뒤흔들었다. 주말 지나며 기세가 수그러들었지만 또 언제 몰려올지 모를 일이다. 어떻게 하면 미세먼지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까.
과학자들에게는 사실 미세먼지, 별 것 아니다. 연구 현장에서 다루는 입자들에 비하면 미세먼지는 '거대한' 편이다. 환경 관련 법령에서 먼지와 미세먼지를 구분하는 기준은 먼지 알갱이의 크기다. 지름이 10마이크로미터(㎛ㆍ1㎛=100만분의 1m) 이하면 미세먼지(PM10)로 분류한다. 이 중 지름이 2.5㎛ 이하면 초미세먼지(PM2.5)라고 부른다. 눈에 안 보이니 '미세'하다는 것인데 나노미터(㎚ㆍ1㎚=10억분의 1m) 수준의 물질까지 다루는 과학자들에겐 큰 입자다.
나노미터 수준의 입자를 잡아내려면 이 입자와 결합하는 특수물질을 동원해 공기 중에서 흡착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가령 크기가 대략 3옹스트롬(Åㆍ1Å=0.1㎚) 안팎인 이산화탄소는 제올라이트와 수산화물 등으로 만든 흡착제를 이용해 잡아낸다. 이와 비교하면 미세먼지 크기 입자를 걸러내기는 상대적으로 덜 어렵다.
요즘은 공기청정기가 있는 가정이 많다. 배귀남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환경복지연구단장은 "웬만한 가정용 공기청정기의 내부 필터는 초미세먼지를 걸러낼 수 있다"며 "흔히 말하는 헤파 필터는 이론상 지름 0.3㎛ 이하 입자의 99% 이상을 거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내 면적이 가정집 보다 더 크면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다. 배 단장은 "대형 건물은 (필터 설치) 비용에 비해 높은 효율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필터에 걸리는 압력도 높고 전기도 그만큼 많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환풍기 설치 건물도 있지만 배 단장은 "(환풍기가) 실내 공기 일부를 밖으로 내보낼 뿐 미세먼지를 줄이는 효과는 필터보다 크게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개인이 실외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은 마스크 착용뿐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마스크는 물론 황사 마스크도 큰 도움은 안 된다. 초미세먼지가 황사 마스크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세먼지 전용 마스크를 써야 그나마 영향을 줄일 수 있다.
미세먼지가 호흡기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최근 입증됐다. 국립환경과학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공기 1㎥ 당 120~200㎍일 때는 일반인의 만성 천식 유병률이 10%, 201~300㎍일 때는 급성 천식 유병률이 10% 증가한다. 초미세먼지는 이보다 낮은 36~50㎍, 51~80㎍일 때도 같은 영향을 미친다. 입자가 미세하면 코에서 거르지 못해 폐 속까지 침투한다.
아토피 피부염과 관계 있다는 근거도 나왔다. 소아 22명을 대상으로 한 삼성서울병원의 조사 결과 미세먼지가 공기 1㎥ 당 1㎍ 많아진 날은 전 날보다 피부가 붉어지거나 가렵거나 진물이 나는 등의 증상이 0.4% 증가했다.
과학자들은 미세먼지 구성 성분의 형태에 따라 영향이 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평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위액이나 혈액 등 체액에 쉽게 녹을 수 있는 형태면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세먼지 성분이 체액에 녹으면 화학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 연구팀은 최근 중금속 오염 미세먼지의 단면을 잘라 전자현미경으로 분석, 미세먼지에 납과 아연의 일부가 탄산염(PbCO3, ZnCO3) 형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연구원은 "pH 5.0 정도의 산성 환경에서도 쉽게 녹을 수 있는 형태"라고 말했다. 미세먼지의 중금속이 떨어져 나와 온몸으로 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정부가 최근 내놓은 미세먼지 종합대책은 예보의 정확도와 속도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미세먼지의 양과 인체 영향 저감 대책 등은 이른 시간 안에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결국 개별적으로 대비하는 수밖에 없다. 공기의 미세먼지 농도가 1㎥ 당 120㎍ 이상 상태가 2시간 이상 계속되면(경보 발령) 외출은 삼가는 게 좋다. 부득이하게 나갔다 들어온 뒤엔 손, 발과 코, 입을 깨끗이 헹궈내야 한다.
미세먼지 주의보(공기 1㎥ 당 미세먼지 농도가 85㎍을 넘는 상태가 2시간 이상 계속)가 내려진 상태에서 청소를 할 때는 창문을 닫고 헤파 필터가 달린 진공청소기나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라고 전문가들은 권한다. 카펫이나 침구류, 인형 등은 수납장에 넣거나 덮개를 덮어둔다. 호흡기로 들어온 미세먼지는 가래를 통해 상당량 배출된다. 따라서 가래가 쉽게 나오게 하려면 호흡기 내부가 마르지 않도록 물이나 배즙을 자주 마시는 게 좋다. 기관지를 확장시키는 테오필린 성분이 들어 있는 녹차를 마시는 것도 괜찮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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