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돈'로 급부상하던 인터넷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존폐위기에 몰리고 있다. 지나친 가치변동으로 '거품'논란이 끊이질 않더니,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인 일본 마운트곡스가 파산을 신청하면서, 비트코인 돌풍은 자칫 해프닝으로 끝날 조짐마저 엿보이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초 13달러였다가 1년 만에 무려 1,200달러까지 뛰었던 비트코인의 거래가격은 현재 반토막이 나 550~60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가격폭락의 이유는 마운트곡스의 파산. 지난 28일 마운트곡스는 "해킹 등 사이버 공격으로 85만 비트가 사라졌고 이로 인해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했다"면서 도쿄지방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85만 비트면 달러화로 4억7,700만달러, 원화로는 5,01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파산신청 소식이 전해지자 2만5,000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을 예치했던 한 고객이 마운트곡스와 미국 자회사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후폭풍도 계속되는 분위기다.
그렇지 않아도 비트코인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던 터에 마운트곡스 파장까지 겹치자, 비관론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마크 윌리엄스 보스턴대 재무학과 교수는 "마운트곡스 사태는 비트코인이 태생적으로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낸 축소판"이라며 "분권화된 거래 방식, 익명성, 약한 통제환경에서는 투자자들이 큰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조 맨친 상원의원은 비트코인거래를 금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성능PC로 복잡한 수학문제를 풀 경우 생성되는 비트코인은 실물 없는 가상화폐로 주목을 받다가, 최근엔 각국에 거래소가 만들어지고 비트코인을 돈 대신 받는 매장까지 생겨날 만큼 빠르게 확산됐다. 하지만 ▦가치가 지나치게 급등락을 반복하고 ▦이로 인해 시장에서 거래가 늘수록 결제보다는 투기용도로 변모할 가능성이 커져 역설적으로 교환기능이 약해질 것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게다가 중앙은행 같은 관리당국이 없어 위험성이 우려되어오던 터에 마운트곡스의 파산까지 불거지면서 이젠 존재기반마저 흔들리는 상황이다.
차제에 비트코인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비트코인은 현재 법정통화가 아닌 만큼 거래소 파산 시 이용자들은 전혀 보호를 받지 못한다. 때문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비트코인에 대한 관할권을 갖고 있는지 검토 중이며 소비자금융보호청(CFPB)과 연방거래위원회(FTC) 역시 비트코인 문제를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비트코인 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인 코빗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해 11월 155만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현재 60만원대로 3개월 만에 60% 폭락했다. 문경준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하는 사람은 물론 비트코인을 받아 실물을 교환해주는 사람도 투기적 위험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내 비트코인거래소인 코빗의 김진화 이사는 "시중은행이 파산했다고 해서 그 원인을 실물화폐 자체의 문제로 돌릴 수 없는 것처럼 마운트곡스의 문제는 비트코인 문제가 아닌 회사의 허술한 관리시스템의 문제"라며 비트코인의 지속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비트코인의 투기화를 상징했던 마운트곡스가 사라진 만큼 오히려 비트코인이 안정적 결제수단으로 자리잡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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