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의 외환위기, 2000년대 초의 신용대란 그리고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등 최근 10여 년간 우리 사회를 위협했던 일들은 모두 금융부문에서 일어난 것들이다. 이러한 일련의 위기를 극복하면서 대두한 것이 금융소비자교육을 비롯한 금융소비자의 보호에 대한 중요성의 인식이다.
과거 금융시장에서 금융소비자는 단지 저축자나 차용자의 역할을 하는 미약한 존재였다. 소비자로서 마땅히 주장해야 하는 권리를 주장하지 못한 채 주어진 계약조건에서 수동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게 되는 상대적으로 열악한 위치에 있었다. 소비자 스스로 권리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권리의 주장은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금융소비자의 위치와 역할이 점차 중요시되고 있다. 금융소비자는 금융시장에서 다양한 역할(투자자, 보험구매자, 저축자, 차용자 등)을 하고 있으며 금융시장 성장의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개인의 소득과 부의 증가와 더불어 소비자가 처한 위험의 증대와 위험관리에 대한 인식의 제고 그리고 금융시장의 개방과 글로벌화 및 금융상품의 다양화, 우리 사회의 고령화 등에 기인한다.
금융소비자의 역할 증대는 금융소비자문제의 증가를 가져온다. 특히 금융서비스의 특성에 따른 정보의 비대칭성은 금융소비자문제의 주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금융서비스는 다른 어떠한 시장에 비해 정보의 비대칭문제가 크게 대두되는 시장으로 보험 및 금융투자상품 부문에서 특히 그렇다. 상당부문 판매자가 제공하는 정보에 의존하게 되는 보험과 금융투자상품 시장에서 판매자가 제공하는 정보가 부정확하거나 적절하지 못할 때 이를 기반으로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소비자는 큰 피해를 경험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에 일어난 동양사태가 대표적이라고 하겠다. 과도하게 기업어음을 발행하고 부실이 일어날 가능성이 큰데도 불구하고 이를 개인투자자에게 안전하다고 권유하고 결국 파산에 이르러 많은 금융소비자들이 피해를 입게 되었다.
이 문제의 근본적인 책임이 경영진의 무리한 또는 미숙한 경영에 있다는 것은 이견의 여지가 없으며 소비자의 지식부족과 과도한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성향 그리고 당국의 발 빠르지 못한 대응도 책임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하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 문제의 원인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바로 판매자의 영업윤리를 저버린 판매행위이다. 판매자 스스로도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판매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보험시장이나 금융투자상품시장에서 상품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없이 금융상품을 권유하는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비윤리적인 영업행위이다.
금융시장에서는 판매자의 자질에 따라 왜곡된 소비자선택이 이루어질 수 있는 문제가 상존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의 자산을 관리하는 금융시장의 특성상 판매자의 투철한 윤리의식 없이는 금융시장에서의 소비자보호는 요원하다고 생각된다. 판매자에 기인한 소비자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금융소비자 중심이 소비자교육에서 눈을 돌려 금융대리인ㆍ판매인에 대한 전문지식 함양교육과 더불어 영업윤리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을 환기하게 시킬 필요가 있다.
영업윤리 준수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소비자의 필요와 요구를 파악하고 소비자 입장에서 가장 적합한 상품을 권유하며 또 이러한 행위를 할 수 있는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는 것이다. 이해 상충이 발생할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소비자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것은 금융상품 판매자로서 갖추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질이다. 이들은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전달받고 의사결정을 하는데 전적으로 의존하는 중요한 당사자들이고 회사의 입장에서는 소비자와 회사를 연결해 주는 고리로 상품을 판매하는 유일한 통로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뿐 만 아니라 금융회사의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인력이다. 이들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투철한 영업윤리의식 함양을 위한 교육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경영진의 의식 전환이 필요하다.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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