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때부터 만들기 시작한 구두를 백화점 고객들에게 선보일 기회를 갖게 돼 꿈만 같습니다. 좋은 재질, 디자인의 구두를 선보이면 고객들도 언젠가는 수제화를 인정해줄 것이라 믿어요.”
서울 성수동 주택가 골목에서 수제화 브랜드‘라플로채니’를 만들어 온 구두 장인(匠人) 이성범(52) 이사는 최근 롯데백화점 잠실점‘구두와 장인’매장에 입점했다. 구두를 만들어 온 지 34년 만이다. 롯데백화점과 서울성동수제화협회는 지난 1년간 라플로채니를 포함한 7개 업체의 30년 이상 경력을 지닌 장인들이 제작한 수제화를 각 점포의 한시 매장에서 판매해왔는데 이번에 아예 정식 매장을 열게 된 것이다.
라플로채니는 이른바 패션을 아는 이들에게는 ‘미스코리아 신발’로도 알려져 있다. 2009년부터 4년간 미스코리아 공식협찬사로서 미스코리아들의 발과 다리를 돋보이게 하는 신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이진윤 디자이너와 2011년부터 파리 오트쿠튀르 쇼에 신발파트너로 출품해 최소한의 선만으로도 여성의 다리를 충분히 섹시하게 보이게 한다는 뜨거운 반응을 얻기도 했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이 이사의 섬세함이다.“여성화는 ㎜단위의 싸움입니다. 굉장히 섬세해서 머리카락 하나 두께로 상품이 달라집니다. 라플로채니의 가장 큰 특징은 신었을 때 가장 발이 예쁜 신발을 위해 선을 중요시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이사는 처음부터 타고난 디자이너는 아니었다. 할아버지는 구두 디자이너, 아버지는 구두 매장을 운영해 어릴 때부터 구두를 끼고 살았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정식 디자인 공부를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스무 살 때부터 작은아버지가 운영했던 구두 매장에서 영업으로 시작해 고객들이 원하는 상품을 알게 됐고, 이를 바탕으로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키웠다. 이후 수많은 연구와 노력 끝에 이 이사가 원하는 구두 디자인을 하게 됐지만 정작 제작과정에서 제품이 표현되지 못하는 것에 만족하지 못했고 결국, 제작장인들을 찾아다니며 직접 제작까지 배우게 됐다.
“디자이너는 대부분 여성, 제작은 남성이 하다 보니 여성들이 원하는 부분이 실제 제품화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영업을 통해 여성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됐고 디자인과 제작을 동시에 함으로써 고객들이 원하는 점을 제품으로 표현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현재 성수동 수제화 업체를 비롯해 국내 수제화 시장 자체는 어려운 상황이다. 베트남, 중국 공장의 기성화들이 몰려오면서 경쟁에서 밀리고, 주문 물량도 급감하면서 수제화 산업 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이사는 백화점 입점과 온라인 판매, 해외진출을 통해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다부진 희망을 갖고 있다. 올해는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일본 시장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그는 “품질과 디자인에서는 해외 명품에도 뒤지지 않는 자신감이 있다”며 “좋은 품질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대에 내놓아 국내와 해외 시장에 국내 수제화의 매력을 알리겠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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