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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침공보다는 분리독립 후방지원 노릴듯

입력
2014.03.02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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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땐 제2 체첸사태 우려… 국제사회 비난도 회피 어려워친서방 우크라이나 정부 향한 전방위 압박용 카드 가능성 커정치·외교력 동원 나선 美 경제적 제재엔 걸림돌 많아대책없어 러에 구두 경고만

우크라이나 남부 흑해 연안의 자치공화국 크림반도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상원에 우크라이나에서의 군사력 사용을 신청하고 상원이 곧바로 이를 승인함에 따라 긴장의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 침묵을 지키던 푸틴 대통령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서방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과연 크림반도 침공의 강수를 두게 될지 세계의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푸틴의 노림수는

러시아의 병력은 벌써 수천명이 크림반도로 이동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푸틴이 실제 군사공격 카드를 사용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견해가 더 많다. 국제문제 전문가들은 대부분 "러시아가 새로 들어선 친서방 성향의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를 압박하는 차원에서 단계적으로 긴장의 수위를 높여가고는 있지만 실제로 군사 개입에 나설 가능성은 아직은 크지 않다"고 전망하고 있다.

러시아가 실제 군사 공격은 유보한 채 정치·외교전, 경제 제재, 군사력 과시 등의 전방위 압박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옥죄면서 향후 정책 결정 과정에서 러시아의 이해를 충분히 고려하도록 강제하는 정책을 쓸 가능성이 커 보인다.

러시아의 크림반도 군사개입은 우크라이나의 내전을 촉발할 위험이 크다. 우크라이나가 전쟁 상황에 바지면 이미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한 우크라이나 경제가 완전히 무너지면서 그 여파가 러시아로 전이돼 러시아 경제가 큰 충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러시아의 군사 개입을 주저케 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일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진입할 경우 제2의 체첸사태를 부를 수 있고 모두에게 악몽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가 군사력에 있어 우크라이나에 비해 월등하지만 우크라이나의 군사력 또한 만만치 않다. 2008년 그루지야 상황과 비슷하지만 러시아가 군대를 투입해 성공하더라도 반러시아 정서가 강한 타타르인들의 지속적인 항거 등을 겪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신문은 전했다.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해 직접적으로 군사분쟁을 피하는 대신 크림자치공화국의 분리독립 움직임을 부추기고 후방에서 무기를 지원하거나 공화국의 지원요청을 받는 형식으로 무력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카드는

러시아가 크림반도에 군사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정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겉으로는 군사 개입할 경우 대가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지만 실제로 러시아의 행동을 제어할 힘과 수단이 충분치 않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1일 백악관이 6월에 열리는 모스크바 주요 8개국 정상회의(G8)회담 방문 최소나 러시아를 G8에 방출하거나 미 전함을 흑해로 보내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지만 이러한 대책들은 이미 2008년 그루지야 사태 때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생각했던 것들과 거의 같은 메뉴들로 효과적이지 못하다며 그 대가가 어떻든 러시아가 단념할 것 같지는 않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일단 정치ㆍ외교적 압박을 가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프랑스 캐나다 등 정상들과 전화를 통한 긴밀한 협력을 취하고 유엔의 중재를 통해서도 해법을 찾으려는 움직임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로버트 세이 특사를 크림공화국에 보냈다. 러시아를 외교적으로 포위해 군사개입을 저지해보려는 전략이다.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러시아는 현재 최대 산유국으로 유럽 에너지 시장과 유럽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어 경제적 압박을 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러시아에 섣불리 제재를 가했다가는 도리어 유럽 경제에 상당한 악영향이 초래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뉴욕타임스는 "러시아는 유럽의 많은 국가들에게 천연가스 공급처인데다 단기간의 경제적 제재론 효과를 볼 수 없을 만큼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거부권 등 많은 패를 들고 있다"며 "푸틴은 그저 기다릴 것이고 시간은 그의 편에 있다"고 분석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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