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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사건' 구시대 수사 못 고치는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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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사건' 구시대 수사 못 고치는 국정원

입력
2014.03.02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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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피고인인 화교 출신 탈북자 유우성(34)씨 남매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형사소송법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사실이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증거조작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국정원이 수사 방식에서도 법을 무시하는 구시대적 관행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정원은 유씨의 간첩 혐의를 입증할 유일한 직접 증거였던 여동생 유가려씨의 진술을 받아내는 과정에서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채 작성한 조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가 증거 채택이 불발됐다. 지난해 8월 유우성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는 "국정원이 제출한 조서에는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조력을 받을 권리가 명시돼 있는데도 유가려씨에게 진술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았다"며 "국정원 수사관들의 법정 증언 등으로 이 같은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국정원이 작성한 조서는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형사소송법을 위반한 국정원의 잘못을 명확히 지적한 것이다.

국정원은 유우성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도 변호인으로부터 법률적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변호인 조력권을 고지 받지 못한 유씨는 변호인 입회 없이 1주일 동안 조사를 받아야 했다. 유씨 변호인단은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변호인들의 도움으로 겨우 정상적 조사를 받을 수 있었다"며 "군사정권 시절도 아닌데 아직도 이런 수사 방식을 고수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률 전문가들도 형소법 절차를 무시한 국정원의 행태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접견권은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기본적인 법률 조항으로 특별사법경찰 신분으로 공안사건을 수사하는 국정원 직원에게도 당연히 적용된다. 공안사건을 많이 다뤄본 한 부장판사는 "피의자 조서 작성 때는 반드시 진술거부권을 고지하도록 돼 있는데 이를 무시했다는 것은 과거 공안정국 시절의 구태가 몸에 밴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초임 형사도 이런 초보적인 실수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검찰도 국정원의 행태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국정원이 절차를 제대로 준수했는지, 인권침해 요소는 없었는지 따져야 하지만 이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이다. 실제로 초동 수사 단계부터 꼼꼼히 지휘하는 경찰 송치 사건과 비교하면 국정원 사건에 대한 검찰의 '소극적 지휘'는 더욱 극명하다. 정보기관 파견 경험이 있는 검찰 간부는 "국익보호라는 이유로 간첩 사건은 검찰도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검찰이 소극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예상치 못한 실수가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中동포가 문건 전달 관여"

한편 증거조작 의혹을 조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진상조사팀(팀장 노정환 외사부장)은 지난달 28일 유씨의 출입경기록 등을 검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이인철 주중 선양(瀋陽) 영사관 영사로부터 재중동포가 문건 입수에 관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유씨의 출입경기록 등을 국정원에 건넨 것으로 알려진 재중동포를 상대로 정확한 입수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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