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극장이 전무한 한국 현실에서 영화 제한상영가 등급에 대한 비판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2008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영화계는 19세 미만 관람불가인 '등급 외 등급'신설을 골자로 하는 개선안을 마련했으나, 정부도 영상물등급위원회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인터넷 콘텐츠 전반을 한국처럼 사실상 행정 기관이 심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독일과 말레이시아는 국가가 기준만 세우고 심의는 자율 기구가 한다. 터키와 호주는 인터넷의 행정 심의를 진행하는데 호주는 아동포르노에, 터키는 도박 등 몇 가지 정해진 사안에만 초점을 맞춘다.
빈 자리를 메우는 것이 바로 자율규제 기구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1996년 설립된 IWF(Internet Watch Foundation). 영국의 독립적인 자율규제 기구인 IWF는 아동음란물이나 범죄 유발, 인종차별 표현이 포함된 콘텐츠에 대한 범국가적 핫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설립됐다. IWF에는 인터넷업계 법조계 정부 교육분야 자선단체 국제기구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 매년 활동을 기록한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박경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위원은 "인터넷 심의는 불법 정보 위주로 심의하게 되는데 해당 콘텐츠가 불법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각 위원들의 가치관에 따라 불건전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터넷 심의의 경우 준 사법기관으로 가든지 아예 독립성 부여되는 민간 기구가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점차 자율 규제의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뮤직비디오가 유튜브에 유통되면서 K-pop이 세계시장을 휩쓸자 문화관광부는 작년 11월 영등위가 심의했던 뮤직비디오를 자율 심의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문광부는 "음원 발매와 동시에 뮤직비디오 홍보가 시작되는 반면 현재 영등위가 진행하는 사전 심의는 시일이 걸려 산업 현실과 괴리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지난해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출범하고, 게임문화재단이 민간 심의 기구로 결정되면서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진행하던 게임물 등급 심사도 변화를 맞게 됐다. 게임문화재단에서는 12세 이용가 15세 이용가 등 청소년 이용가능 게임물의 등급분류를 맡게 된다. 웹툰의 경우도 2012년 청소년유해매체물 사전지정 파동 이후 작가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자율규제를 위한 자체 기준을 마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박소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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