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과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상생협약'을 놓고 경쟁업체들이 발끈하고 나섰다. '롯데의 물귀신 작전에 말려들었다'는 격한 반응까지 나왔다.
롯데와 을지로위원회는 28일 유통부문 전반에 대한 불합리한 관행과 불공정 행위를 시정하는 내용의 상생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롯데마트의 영업시간을 자정에서 밤 11시로 한 시간 단축하는 것. 대형마트가 문을 일찍 닫음으로써 동네마트나 편의점 등이 혜택을 보게 한다는 취지다.
또 서민들이 생계를 위해 종사하는 화원, 열쇠, 도장 등 업종은 롯데마트 신규점에서 운영하지 않도록 했고, 초등학생용 공책과 크레파스 등 10개 문구 학습보조물은 재고소진 후 판매 제한 품목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논란이 된 건 마트 영업시간단축이다. 롯데는 이마트 홈플러스 등 다른 대형마트들이 동참하는 것을 전제로 롯데마트의 폐점시간을 앞당기기로 을지로위원회와 합의했다.
이에 대해 다른 대형마트들은 롯데를 향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영업시간을 단축하려면 롯데 혼자 할 것이지, 왜 다른 마트들까지 끌고 들어가냐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대형마트 매출이 역신장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폐점시간을 앞당기는 건 예민할 수 밖에 없는 결정인데, 업계 내 협의도 없이 정치권과 '영업시간 동반단축'합의를 한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A마트 관계자는 "애초 롯데가 을지로위원회와 상생협의를 시작한 건 지난 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불출석을 이끌어 내기 위한 방편이었던 것으로 안다"며 "그렇다면 영업시간을 단축하든 뭐든 롯데 혼자 하면 될 일인데 경쟁업체까지 물귀신처럼 끌고 들어가는 게 대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는가"라고 말했다. B사 관계자도 "동반성장에 앞장선다는 생색은 롯데가 내고 그로 인한 매출감소피해는 다른 업체들이 함께 지자는 얘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을(乙)을 지키는 길(路)'이란 뜻으로 민주당 의원들이 발족시킨 을지로위원회는 지난 해 10월 롯데측에 불합리한 관행과 불공정 행위에 대해 개선을 요구했으며, 이후 롯데그룹 사장단과 만나 협력업체, 대리점, 가맹주점, 입점업체, 근로자 등을 위한 상생협력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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