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과 태블릿PC로 대표되는 이동통신(모바일) 이후 무엇이 정보통신기술(ICT)을 주도할까. 27일(현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나흘간의 일정을 마치고 폐막한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가 던진 화두다. MWC에 참석한 수 많은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과 전문가들은 단연 사물인터넷과 웨어러블 기기를 꼽았다.
모든 게 연결되는 세상
"세상 만물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사물인터넷(IoTㆍInternet of Things)이 앞으로 10년 이내에 19조 달러의 시장을 만들어 낼 것이다."
MWC 기조연설을 한 존 체임버스 시스코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사물인터넷 시대가 확대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집안의 사물들이 모두 인터넷으로 연결된 모습이 전시장 곳곳에서 재현됐다.
미국의 통신반도체 업체 퀄컴은 일반 가정의 거실, 주방, 침실을 그대로 꾸민 전시장을 만들고 다양한 가전제품들이 서로 연결되는 기술을 시연했다. 이곳에서는 집주인의 행동에 따라 난방이 자동으로 작동하고, 조명의 밝기가 조정된다. 부모의 관심이 미치지 못하는 아이 방의 기기들을 원격으로 조절하고 위험 상황도 스스로 진단하는 기술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유럽 최대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은 전용 고글을 끼고 원거리에서 굴착기를 운전석에 앉은 것처럼 작동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그만큼 위험 지역에 사물인터넷을 활용해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가장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 잡은 것은 스페인 최대 통신사 텔레포니카가 미국 전기 자동차 테슬라와 함께 만든 정보통신기술(ICT)이 접목된 '커넥티드 카' 솔루션이었다. 이 자동차에는 계기판과 오디오 등을 조절할 수 있는 대시보드 부분이 통째로 터치스크린으로 대체됐다. 17인치 터치스크린을 조작해 빠른 인터넷 검색은 물론이고 구글 지도와 연동된 도로안내장치(내비게이션)로 길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미국의 자동차 제조사 포드도 단독 전시공간을 마련해 커넥티드 카 기술을 집중 소개했다. 포드의 커넥티드 카는 지붕 위에 설치된 레이더를 닮은 감지기가 주변 장애물과 길을 파악해 사고없는 무인운전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또 음성으로 원하는 검색어를 말하면 자동차에 설치된 8인치 스크린에 현재 위치를 기반으로 한 식당, 상점 등을 표시해 준다.
GM과 볼보도 내비게이션과 음성인식으로 자동차 기능 작동이 가능한 자동차를 선보였다. 특히 볼보 차량은 무인 주차장에서 무선 인터넷을 이용해 주차 비용을 자동으로 결제할 수 있는 솔루션을 탑재해 눈길을 끌었다.
웨어러블 기기, 디지털을 입어라
이번 전시회의 또 다른 화제는 단연 웨어러블 기기였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제조사가 손목시계형 웨어러블 기기를 내놓았는데 스마트폰의 기능 중 일부를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스마트 워치'와 건강 관리 기능에 집중한 '스마트 밴드'로 양분됐다.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회에서 지난해 공개한 '갤럭시 기어'의 차기 버전을 3종이나 공개하며 이 분야를 선도했다. 신종균 삼성전자 휴대폰사업부문 사장은 "웨어러블 기기의 시장 규모가 계속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삼성 기어 핏'이다. 세계 최초로 1.84인치 곡면형 슈퍼 능동형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 디스플레이를 탑재해 손목에 완전히 밀착되는 점이 특징. 줄을 자유롭게 교체할 수 있어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도 자리매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소니도 건강관리형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밴드 SWR10'을 선보였다. 소니는 건강과 관련된 스마트밴드인 만큼 발 빠르게 마케팅에 나서 6월 열리는 브라질 월드컵의 공식 스마트폰 액세서리로 선정됐다. 화웨이는 99달러짜리 스마트밴드 '토크밴드' 를 이번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했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전시장을 돌아보니 통신서비스나 장비업체, 휴대폰 제조업체 등이 미래에 대해 사물인터넷과 웨어러블 기기를 중요하게 여기는 등 비슷한 시각을 갖고 있다"며 "스마트 2.0 시대를 준비하는 ICT 업체들의 경계를 넘어선 전쟁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중국의 저가공세
저가 스마트폰이 대폭 전시된 점은 올해 스마트폰 시장의 동향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올해 경쟁적으로 중국, 인도, 중남미 등 신흥시장을 노린 저가 스마트폰을 잇따라 선보였다. 그동안 최고 사양의 고가 스마트폰을 선보이던 흐름과 사물 달라진 점이다.
특히 중국업체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파격적인 가격의 스마트폰을 선보이며 세계 시장을 선점한 한국 휴대폰 제조사들을 위협했다. 최근 구글로부터 모토로라를 인수한 레노버는 보급형 스마트폰 'S660'을 250달러(약 27만원)에 내놓았다. 5인치 화면을 장착한 중급 스마트폰 'S850'도 가격이 불과 260달러(약 28만원)였다. 중국 화웨이도 가격을 250달러(약 27만원)로 책정한 보급형 스마트폰 '어센드G6'를 공개했다. 파이어폭?운영체제(OS)를 개발하는 모질라는 중국 반도체 제조사와 손잡고 개발도상국 시장을 겨냥해 불과 25달러(약 2만7000원)의 초저가 스마트폰을 선보여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국내 업체들은 이런 저가 공세에 편리한 기능으로 맞설 전략이다. MWC에서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5'를 선보인 삼성전자도 사용자 편의성을 무기로 내세웠다. 이 제품은 일상생활 속 미세먼지나 습기로부터 휴대폰을 보호할 수 있도록 방수ㆍ방진 기능이 기본 탑재됐다.
무엇보다 갤럭시S5는 보안 기능이 대폭 강화됐다. 최근 전세계 스마트폰 사용자들 사이에서 스미싱 등 스마트폰의 보안 위협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겨냥한 것이다. 이를 위해 갤럭시S5에 지문인식 기능이 기본 탑재됐고, 기업 사용자들을 위한 보안 소프트웨어 '녹스 2.0'도 장착됐다.
LG전자는 대표적인 편리한 기능으로 '노크코드'를 전면에 내세웠다. 중저가 보급형 스마트폰 L, F 시리즈에도 적용된 노크코드는 스마트폰의 화면을 사용자가 설정해놓은 방식대로 두드리면 잠금 화면이 해제된다.
바르셀로나=강희경기자 kst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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