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작가 콘스탄틴 비르질 게오르규의 소설 에는 '잠수함 속의 토끼'이야기가 등장한다. 산소 농도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토끼를 잠수함에 태워두고 변화를 관찰함으로써 수면 위로 부상해야 할 때를 가늠했다는 것이다. 게오르규는 '시인은 잠수함 속의 토끼와 같은 존재'라고 말했고, 그 비유는 예술가 일반의 상징으로 확장됐다.
모든 예술은 시대의 산물이다. 영화가 어두워지면 그 사회가 아프다는 단초일수 있고, 드라마에서 직장인의 우울한 폭음 장면이 자주 등장하면 그 사회에 울화가 그만큼 쌓였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대중은 현실을 치열하게 반영하는 예술에 열광하고 적극 소비함으로써 공감하고 위로를 얻는다. 그리고 권력은, 그것이 국가든 자본이든 가부장의 권력이든, 치부가 드러나는 것을 불편해한다. 검열의 논리는 저와 같은 이해를 늘 감춘다.
탐닉은 의심받기 쉽다. 특히 한국의 청소년들이 공부 이외 것에 탐닉하는 것은 늘 죄악시돼 왔다. 과거 청소년을 '타락시키는' 주범이 만화였다면 이제 그 자리에 게임이 놓였다. 게임 탐닉에 대한 거시ㆍ미시 권력의 의심과 두려움은 그 현상에 '게임 중독'이라는 진단을 내리고 국가가 관리ㆍ통제하도록 하고 있다. 과연 병리적 현상인지, 국가의 법적 통제가 합당한지 판단하기 위해서는 보다 과학적이고 실증적인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흔히 묵살되곤 한다.
영화, 만화,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기준의 합리성도 의심스럽고 판단의 일관성도 빈약한 한국의 권위주의적 심의 실태를 취재했다.
대한민국은 아직 '검열의 나라'공연윤리위원회 사전심의는 1996년 위헌 판결로 사라졌지만'납본필증' 사라진 곳엔 '등급'이…성 표현·흡연 장면 등 블러링 처리"시대착오적" 비판받는 상황에도 퍼스널 미디어에까지 심의잣대 창조적 상상력 무차별로 억압대한민국에서 창작물 사전심의라는 이름의 '검열'이 사라진 게 1996년이다. 그 해 10월 헌법재판소는 옛 공연윤리위원회(이하 공륜)의 영화 사전심의 권한을 규정한 '영화법' 제12조 등이 헌법상의 검열금지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결했다. 앞서 영화집단 '장산곶매'대표를 맡고 있던 음악평론가 강헌 씨는 92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련 영화인 를 제작해 사전심의를 안 받고 상영한 뒤 영화 사전심의제도의 위헌심판을 법원에 청구했다. 헌재는 영화에 이어 음반 사전심의에 대해서도 위헌 판결했다. 영화 음반에 대한 검열은 그렇게 '제도적으로' 끝이 났고, 공륜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강헌씨는 "그 전에는 창작물을 공륜에 먼저 제출해 문화부장관의 인증서인 '납본필증'을 받아야만 음반도 찍고 극장에 걸 수 있었다. 완벽한 검열이었다"고 말했다.
이후 납본필증이 사라진 자리에는 등급분류가 등장했고, 공륜은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 대체됐다.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영화는 영등위의 심사를 통해 △전체 △12세 이상 △15세 이상 △18세 미만 △제한상영가 등급으로 판별된다. 강헌 씨는 "영화 심의는 권력의 감시 통제 메커니즘이 직접적이고 강압적인 방식에서 간접적이고 부드러운 방식으로 바뀌었음을 전형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덜 제한적 등급을 받아야 넓은 시장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을 창작 단계에서부터 내재화시킨 것이다. 검열의 시선 속에서 창조적 상상력은 억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틀 곳 없는데 존재하는 제한상영가 등급
상영할 극장이 없는 한국 현실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은 사실상의 상영불가 판정이어서 '검열'의 잔재라는 비판도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헌재는 2008년 제한상영가 등급 기준 등이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이유 등을 들어 결정 방식에 대해서만 '헌법 불합치'판결했다. 형제 영화감독인 김곡, 김선씨의 영화 (2010)는 경찰의 상징인 포돌이 인형을 주인공으로 세우고 이명박 정권 당시 벌어진 사회적인 사건들을 풍자한 영화다. 영등위는 이 영화에 대해 두 차례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을 내렸다. 법원은 1심과 항소심에서 '제한상영가 등급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고 영등위는 상고를 검토 중이다. 김선 감독은 "일본에서는 극장 자체등급으로 중고생 관람가로 개봉한 영화다. 영등위의 사유서에는 '정치인을 살인할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문장도 있더라. 한국의 제한상영가 등급은 사실상의 검열이다"라고 말했다.
강헌씨의 말처럼, 한국의 문화 심의 권력은 과거보다 부드러워졌지만, 훨씬 집요하고 광범위하게, 미시적으로 작동하고 있다. 영화와 가요 외에도 방송과 뮤직비디오 만화 인터넷 콘텐츠에 이르기까지 심의의 그물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없다. 선정성과 폭력성, 범죄 및 약물, 부적절한 언어, 사행행위 등 심의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헌재의 판단처럼, 심의 기준이 모호해 일관성이 없는 데다 지나치게 경직적이어서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율규제와 민간 심의 시스템하에서 가장 큰 권력을 휘두르는 곳은 2008년 설립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다. 방송과 인터넷 콘텐츠를 포괄적으로 심의하는 이 단체의 통신소위 위원 5명은 매주 2차례 최대 4,000건에 가까운 인터넷 콘텐츠를 심의한다. 2008년 5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53,935건의 통신심의가 진행됐는데 이중 43,275건이 피해자나 행정기관이 심의를 신청한 것이었다. 통신소위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컨텐츠에 대해 정보서비스 제공 업체에 시정을 요구하는데, 준수율은 사실상 100%다. 시정요구 접수 15일 이내에 이의신청은 가능하지만, 콘텐츠 생산자가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 현행법상 이의신청 사실 자체를 통보 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내가 블로그에 올린 글이 누군가의 신고를 받고 방통심의위가 블로그 업체에 시정요구를 하면, 해당 업체는 게시자인 나에게 알리지 않고 글을 삭제할 수 있다.
통신심의 중에서는 불법정보 심의가 가장 많은데, 불법정보에는 사행심 조장, 음란물, 사회질서위반, 명예훼손 등 권리침해, 국가보안법 위반 등이 포함된다. 사회질서 위반이나 명예훼손, 국가보안법 위반 등은 항상 권력이 개입할 수 있는 심의 항목이다. 통신심의는 표현의 자유 논란을 끊임없이 불러왔다. 통신소위는 트위터 ID '2MB18nomA'의 계정을 '대통령에 대한 욕설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로 차단했으며(2011), 2012년에는 23개 웹툰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사전 지정했다. 2011년에는 방통심의위 심의위원이기도 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박경신 교수가 자신의 블로그에 남성 성기 사진을 게재하며 '성적 서사가 없는 성기 사진이 음란물인가'를 둘러싼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폭력에는 둔감, 성(性) 표현에는 엄격
심의에는 그 나라의 문화적 감수성이 반영된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씨는 "한국은 성에는
엄격하고 폭력에는 둔감한 나라"라며 "영화제에 나가면 외국 영화 관계자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센' 영화들이 받는 등급 문제"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15세 이상 관람가였던 가 미국에서는 부모나 어른을 동반해야만 17세 이하가 관람 가능한 R등급을 받은 것도 자극적인 폭력성과 마약 때문이었다. 성적 표현에 대한 엄격한 잣대 안에도 얄궂은 눈금 차가 존재한다. 남성 성기와 여성 성기의 '차별'이다. 지난 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탄 의 국내 개봉 전 영화 관계자들의 관심은 12분 동안 이어지는 두 여성의 적나라한 섹스 장면에 대한 심의 결과였다. 다수의 예상과 달리 영화는 가위질도 없이 청소년관람불가로 영화는 개봉했다. 영화평론가 듀나는 칼럼에서 "한국 검열 의식은 철저하게 남성 성기 공포증에 바탕을 둔다"며 "발기한 남성 성기는 여전히 공포의 대상이며 에서 드니 라방이 끼고 나왔던 가짜 고무 성기가 국내 상영 때 안개 속으로 사라졌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라고 지적했다.
방송사들이 흡연 장면을 뿌옇게 처리(blurring-out)하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부터다. KBS와 SBS는 2002년, MBC도 2004년 드라마에서 흡연장면 금지를 선언했다. 방송심의 규정이 흡연 장면을 금지한 것은 아니지만 '국민 건강과 청소년 보호'를 내세운 시민단체 등의 거센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 일부 시민단체들은 한발 더 나가 '드라마에서 음주 장면이 과도하게 삽입되고 있다'며 방송사들의 자율규제를 꾸준히 요구하고 있어, 조만간 TV에서 음주 장면도 볼 수 없게 될지 모른다. 지난 달 19일 방영된 MBC의 '신비한TV 서프라이즈'가 르네상스 시대 화가 보티첼리의 명화 '비너스의 탄생'가슴 부분을 블러링해 내보낸 데 대해 MBC 심의실측은 "(프로그램 방송 시간이) 청소년 시청보호 시간대여서 시비 소지가 있다는 심의 의견을 제작진에 전달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서 정한 19세 미만 청소년시청보호시간대는 07시부터 09시, 13시부터 22시까지이며, 토요일과 공휴일, 방학은 07시부터 22시까지다. 영국 BBC방송국의 드라마 '셜록' 더빙판을 시청하며 잦은 '블러링'에 짜증이 났다는 직장인 이모(29)씨는 "흡연 욕구를 자극한다고 흡연 장면을 지워야 한다면 도둑질 주먹질 강간 살인을 연상케 하는 장면들도 다 없애야 하는 것 아니냐. 도대체 언제까지 이 시대착오적인 '검열'을 견뎌야 하는 거냐"고 말했다.
1인 미디어 시대의 낡은 규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가 큰 인기를 끌자 그 해 12월 방통심의위는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을 신설했다. 당시 방통심의위는 팟캐스트 심의를 정당화하기 위해 '스마트폰 앱 장터를 하나의 채널, 각각의 앱을 프로그램으로 볼 수 있으며, 앱 장터에서 앱을 배열하는 행위는 편성행위로 정의할 수 있다'며 방송법을 개정해 심의하겠다는 논리를 폈다. 음악평론가 강헌은 "과거 유통채널이 하나이던 시절 생산자만 봉쇄하면 끝났지만, 지금은 퍼스널 미디어의 시대로 모두가 유통 채널을 가지고 있다"며 "그걸 모두 통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주의와 자유 인권을 옹호하는 국제 비정부기구인 프리덤하우스는 2013년 한국의 인터넷 환경을 '부분적 자유'로 분류했고, 국경없는 기자회는 2010년 보고서 '인터넷의 적들'에서 한국의 검열 수준을 이집트 태국 러시아와 같은 등급으로 평가했다. 지난 10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인터넷 공룡인 진짜 이유'라는 기사에서 방통심의위의 인터넷 콘텐츠 삭제ㆍ차단 실적(?) 등을 소개하며 '한국 국민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속도를 누리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은 아직 허락 받지 못했다'고 썼다.
'중독'이라는 이름의 검열"게임은 나쁜 것" 악으로 바라보면 악으로 보일 뿐객관적으로 입증 안된 상태서알코올·마약·도박과 함께 국가가 4대 중독물질로 낙인"과도한 검열" 비판 만만찮아… "게임자체가 무서운 게 아니라공부를 안 하는 게 두려운 것… 정당한 문화 콘텐츠로 인정을"한국에서 게임만큼 양면적인 대접을 받는 문화산업은 드물다. 국내 게임시장은 2008년부터 해마다 10% 이상 성장하며 2012년 9조7,525억원, 지난해 1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한국이 수출한 문화콘텐츠 중 게임이 차지하는 비율은 무려 58%였다. 프로 게임 리그가 생긴 지도 10년이 넘어, 이제 프로 게이머가 장래희망이라는 청소년도 적지 않다. 반면 게임은 청소년의 건강과 정신을 병들게 하는 중독물로, 또 폭력성을 심화해 학교폭력을 낳는 주범으로 손가락질 받는다.
시작은 2010년 여성가족부가 입법 발의한 '셧다운제'였다.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을 막기 위해 16세 미만 청소년은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인터넷 게임을 할 수 없도록 한 셧다운제는 각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2011년 11월 20일 시행됐다. 성인 인증만 거치면 뚫리는 허술한 강제성과 시차 불문 해외 거주 한국 청소년에게도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등 현실적 비판도 비등했다. 2012년엔 스타크래프트2 국제 경기에 출전한 15세의 한국 프로게이머가 경기 도중 셧다운제에 걸려 시합을 중도 포기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이른바 '게임 중독'이 뇌 손상과 우울증을 야기한다는 일부 정신과 의사와 시민단체의 주장은 작년 4월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이하 중독예방관리법)을 통해 게임을 국가 차원에서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구체화 됐다. 이 법안은 알코올, 인터넷 게임, 도박, 마약을 이른바 '4대 중독 물질'로 지정, 국가중독관리위원회를 신설해 생산과 유통, 판매를 관리하고 광고 및 판촉을 제한하겠다는 취지다. 지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중독예방관리법 관련 공청회에서 이해국 가톨릭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1996년 미국의 심리학자 킴벌리영이 물질 중독과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는 인터넷 중독이라는 새로운 병리적 현상을 600명의 증례분석을 통해 보고한 이래 국내외에서 인터넷 중독과 관련한 1,000여 편의 논문이 보고되고 있다"며 "게임업계에서 출연한 기금으로 운영되는 게임과몰입상담치료센터에서는 최근 4년 동안 100명이 넘는 사람이 입원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중독예방관리법 공청회에서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미국정신의학학회의 DSM-5(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편람)에 따르면 인터넷 게임 장애를 공식적 정신장애로 분류하지 않고 있고, 추가 연구들로 검증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객관적인 근거자료로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게임을 중독물질 및 행위로 정의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게임을 '악'으로 바라보는 인식 안에서 청소년은 미숙한 통제대상일 뿐이다. 이병찬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은 "(잘 들여다 보면) 부모는 자식이 게임을 하는 게 무서운 게 아니라 공부를 하지 않는 것이 무서운 것이다. 청소년만 빼 놓고 언론 정부 국회 학교 학부모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고 말했다. 별을 보고 등교해 별을 보고 귀가하는 청소년이 유일하게 또래와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소가 온라인 게임 공간이라는 사실, 청소년의 수면권을 방해하는 건 게임이 아니라 입시경쟁 위주의 교육 환경이라는 사실에는 눈을 감는다는 비판이다. 게임개발연대의 김종득 대표는 한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종교 단체의 게임에 대한 증오와 학부모들의 게임에 대한 공포, 국회의원들의 표심을 좇는 경향이 뭉쳐서 게임규제론이라는 커다란 흐름이 만들어졌고, 여기에 정신과 의사 단체가 가세를 한 것이 현재의 형국'이라고 진단했다. 김 대표는 "중독예방관리법을 대표발의한 신의진 의원도 10년 전 게임 중독 아이를 상담한 내용으로 펴낸 책에서 '게임 중독 원인은 게임이 아닌 가정의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다"며 "그들도 모르는 것이 아닐 텐데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게임 개발자 입장에서 황당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중독예방관리법 제정 움직임에 대응해 문화 콘텐츠 전반의 종사자들은 지난 해 11월 '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결집했다. 위원장을 맡은 만화가 박재동씨는 발족식에서"일상적으로 쓰이는 중독이란 '매혹' 의 다른 말이다. 이 매혹은 수용자들이 선택할 문제다. 이것을 과연 국가가 정해줘야 하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이러한 스스로와의 싸움이 콘텐츠의 매력이고 인생의 매력이다. 그리고 이는 나아가 그 사회의 문화적 역량이다.(…) 문화에 매혹된다는 것은 사람의 영혼이 치유된다는 것이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문화인 게임을 규제하는 것은 학생들의 안식처를 빼앗아가는 것이다. 오히려 국가는 어떻게 아이들을 즐겁게 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콘텐츠 심의는… 외국선 국가가 기준만 제시… 국내도 점차 자율규제 늘어전용극장이 전무한 한국 현실에서 영화 제한상영가 등급에 대한 비판은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2008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영화계는 19세 미만 관람불가인 '등급 외 등급'신설을 골자로 하는 개선안을 마련했으나, 정부도 영상물등급위원회도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인터넷 콘텐츠 전반을 한국처럼 사실상 행정 기관이 심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독일과 말레이시아는 국가가 기준만 세우고 심의는 자율 기구가 한다. 터키와 호주는 인터넷의 행정 심의를 진행하는데 호주는 아동포르노에, 터키는 도박 등 몇 가지 정해진 사안에만 초점을 맞춘다.
빈 자리를 메우는 것이 바로 자율규제 기구들이다. 대표적인 것이 1996년 설립된 IWF(Internet Watch Foundation). 영국의 독립적인 자율규제 기구인 IWF는 아동음란물이나 범죄 유발, 인종차별 표현이 포함된 콘텐츠에 대한 범국가적 핫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설립됐다. IWF에는 인터넷업계 법조계 정부 교육분야 자선단체 국제기구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 매년 활동을 기록한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박경신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위원은 "인터넷 심의는 불법 정보 위주로 심의하게 되는데 해당 콘텐츠가 불법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각 위원들의 가치관에 따라 불건전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며 "인터넷 심의의 경우 준 사법기관으로 가든지 아예 독립성 부여되는 민간 기구가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점차 자율 규제의 비중이 커지는 추세다. 뮤직비디오가 유튜브에 유통되면서 K-pop이 세계시장을 휩쓸자 문화관광부는 작년 11월 영등위가 심의했던 뮤직비디오를 자율 심의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문광부는 "음원 발매와 동시에 뮤직비디오 홍보가 시작되는 반면 현재 영등위가 진행하는 사전 심의는 시일이 걸려 산업 현실과 괴리된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취지를 밝혔다. 지난해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출범하고, 게임문화재단이 민간 심의 기구로 결정되면서 게임물등급위원회에서 진행하던 게임물 등급 심사도 변화를 맞게 됐다. 게임문화재단에서는 12세 이용가 15세 이용가 등 청소년 이용가능 게임물의 등급분류를 맡게 된다. 웹툰의 경우도 2012년 청소년유해매체물 사전지정 파동 이후 작가들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자율규제를 위한 자체 기준을 마련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김주성기자 poe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