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검찰과 변호인측이 제출한 중국 공문서의 관인(官印)이 다른 것으로 28일 확인됨에 따라 검찰의 진상조사 작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검찰측 자료에 대한 중국 정부의 '위조' 통보를 놓고 새누리당 등 일각에서 "내용이 위조라는 것인지 절차상의 위법을 위조로 표현한 것인지 불분명하다"는 주장을 폈으나 검찰 감정결과로 사실상 설득력을 잃게 됐다. 관인이 다르다면 문서 자체가 통째로 위조됐다는 쪽에 힘이 실리기 때문이다.
대검이 관인이 다르다고 밝힌 두 문서는 변호인측이 싼허(三合)변방검사참(출입국사무소)에서 발급 받은 유씨의 출입경기록 정황설명서와 검찰측이 국정원을 통해 같은 기관에서 발급 받았다는 정황설명서다. 전자는 변호인이 옌볜주 공안국에서 떼 온 피고인 유우성(34)씨의 출입경 기록이 전산오류에 따른 일부 착오가 있지만 합법서류라는 내용이고, 후자는 변호인측 정황설명서가 합법적으로 작성된 아니라는 내용이다.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DFC)는 진위를 대조할 중국의 공인문서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양측이 제출한 문서 가운데 유일하게 같은 기관에서 발급한 두 문서를 비교해 '서로 다르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번 감정 결과는 검찰이 공문서 위조 혐의에 대한 정식 수사에 나설 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진상조사를 수사로 전환할지에 대해 말을 아끼면서도 "실체적인 내용에서 조사와 수사에 큰 차이가 있는 건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앞서 중국측의 '위조' 통보와 별개로 위조 여부를 최종 확인하려면 중국의 관인 원본을 확보해 비교해 봐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진상조사가 빠르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두 문서 중 어느 것이 진짜인지에 대해 "사법공조를 통해 중국에 공식 확인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검찰-법무부-외교부-중국 외교부-공안당국 등을 거쳐야 하는 절차로 인해 시일이 얼마나 더 걸릴지 예측하기 힘들다. 더구나 증거조작 의혹이 핵심인 양측의 유씨 출입경 기록에 대한 진위 감정도 남아 있다.
위조 사실이 확인돼도 그 과정에 개입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히는 것 역시 쉽지 않다. 국정원 직원이 개입한 정황이 추가로 나와도 현행법상 국정원장의 승인 없이는 직원들에 조사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날 주중 선양(瀋陽)영사관에 파견된 국정원 직원으로 문제의 문서 입수에 관여한 이모 영사를 소환해 조사했지만, 다른 국정원 직원들에 대한 조사 일정은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한편 서울고법 형사합의7부(부장 김흥준)는 증거조작 의혹이 불거진 후 처음 열린 이날 공판에서 "3월 28일 결심 공판을 열고 재판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이 진상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재판에 임할 수 있도록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재판부는 "검찰의 진상규명 절차와 재판은 별개"라며 거부했다. 다만 출입경기록 시스템 전문가에 대한 추가 증인 신문에 대해서는 "검토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판에는 조선족 출신 중국 출입국관리소 공무원이 검찰측 증인으로 비공개 신문을 받을 예정이었지만 출석하지 않았다.
재북 화교 출신인 유우성씨는 북한 국적의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에 입국, 북한 보위부의 지령을 받고 탈북자 200여명의 신원 정보를 북한에 넘긴 혐의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 받았다. 항소심에서 검찰이 유씨의 간첩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거로 제출한 출입경 기록 등 3건의 문서에 대해 지난 14일 중국 당국이 위조됐다고 회신한 것이 공개돼 초유의 증거조작 파문으로 이어졌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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