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력도 근력처럼 잘 훈련하면 강해져자신에 대한 내적 집중 다른 사람에 대한 집중외부에 대한 외적 집중 균형 있게 발휘해야
"난 애들 정수리만 보다 왔어."
오랜만에 친척집을 방문하고 돌아온 한 남자는 이렇게 간단한 문장으로 아이들과의 만남을 정리해 버린다. 저녁식사 자리에서 대화는커녕, 눈조차 마주치지 않은 채 각자 자신들만의 '기계'속으로 집중력을 떠나 보낸 아이들. 비단 이 남자의 경험에만 국한하지 않을 것이다. 다양한 IT기기들의 보급 덕분에 시간과 장소의 한계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수많은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된 세상. 게임에 한눈을 판다고, 그래서 주의가 산만하다고 아이들을 다그치면서도, 돌아서자마자 스마트폰으로 페이스북을 기웃거리는 당신의 주의력과 집중력 또한 이미 오래 전 무장해제됐을 것이다.
"한 번에 두 페이지 이상을 읽지 못하겠어요. 빨리 인터넷에 접속해 새 메일이 왔는지 확인하고 싶은 충동을 억누를 수가 없어요"라는 한 교수의 고백처럼 현대인은 정보의 바닷속에서 집중력을 제어할 힘을 잃어버렸다. "약을 먹지 않으면 계약서조차 읽기 어렵다"는 변호사의 말에는 "별스럽다"는 대꾸를 하기 어렵다.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사회 전반에 걸친 심각한 수준의 주의력 결여가 갑작스러운 일은 아니다. 1977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허버트 사이먼은 풍요로운 정보세상을 예견하는 글에서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주의를 잡아먹는다. 그래서 정보의 풍요는 주의의 결핍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한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 그 어떤 예언가도 내다보지 못했을 정도로 집중력이 완전히 소멸된 시대이다. 동영상 프레젠테이션조차 보는 사람들의 주의가 흩어질까 5분 이내 '초 단편'으로 만들어야 하는 주의산만의 시대다. 1995년 저서 을 통해 IQ를 대신할 EQ의 중요성을 일찌감치 대중에 알린 미국의 경영사상가 대니얼 골먼의 신작 는 살아가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지만 주목 받지 못한 채 과소평가돼 온 정신적 자산, 주의력에 집중한다.
최근 과학계는 주의력은 신체의 근력과 마찬가지로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위축되고 힘을 잃지만, 잘 훈련하면 강해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골먼은 산만함에 중독된 시대를 성공적으로 살아내기 위해 단련된 집중력이 필요하고, 이를 날카롭게 가다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주의력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주의(attention)'라는 단어가 세상과 관계하며 경험을 쌓아나간다는 듯의 라틴어 '아텐데레(attendere)'에서 유래했으며 이는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내적 집중', 타인에 대한 관심인 '다른 사람에 대한 집중', 그리고 외부세계를 잘 살피는 '외적 집중'으로 구성된다고 말한다. 책은 일반인은 물론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리더에게 있어 이 세 분야의 '집중'을 균형있게 발휘해야 한다고 권한다.
저자는 "인간의 마음이란 정처 없이 떠돌아 다니려 하며, 떠돌아 다닐 때 감정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며 자칫 마음의 방황이 불행의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한 "주의산만으로 방류된 마음은 언제나 '나'를 향해 흘러가고 창조적인 조합보다 오로지 자신의 관심사에 집중하려는 습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마음의 이 두 가지 경향은 결국 더 많은 시간을 고민과 걱정을 따라다니는데 허비하도록 하고, 집중이 끊어질수록 이런 경향은 더 쉽게 좋지 않은 결과로 자라난다는 얘기다.
책은 어떤 일이라도 1만 시간 정도 노력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이른바 '1만 시간 법칙'을 도출한 미 플로리다대 심리학자 앤더스 에릭슨의 "기계적인 반복은 도움이 안 된다"는 말을 소개하며 집중력이 결여된, 무조건적인 노력의 한계를 지적한다. 기술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하향식 집중이 없다면 1만시간의 노력도 헛되다는 말이다. 몽상이 연습을 쓸모 없게 만들며 주의 집중이 연습과 관련된 신경망을 확장한다는 과학적 근거들도 제시한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