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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파리에도 아파트 열풍… 한국과 어떻게 달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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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파리에도 아파트 열풍… 한국과 어떻게 달랐을까

입력
2014.02.2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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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은 사회적 삶을 담는 최소 단위이자 인간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다. 문명과 문화를 읽는 기본 개념이기도 하다. 건축을 소재로 폭넓은 저술 활동을 해 온 건축사학자 임석재씨가 유럽 주택의 양식사를 본격 연구해 을 펴냈다. 이 책은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을 중심으로 고대 그리스에서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주택의 시대별, 사회문화적 특성 등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우선 "공공건물 중심의 기존 건축사와 달리 생활사, 가족사, 문화사 등과 직결되는 주택을 중심으로 한 서술"이라는 점에서 자부심을 나타낸다. "공공 건물과 마찬가지로 주택에도 첨단 양식이 반영되기는 하지만 주택은 그보다 한 시대의 사회, 문화, 예술이 종합적으로 모이는 집합체로서의 성격이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책은 그리스, 로마, 중세, 르네상스ㆍ바로크, 17~19세기 등 다섯 시기로 나눠 500장이 넘는 도판과 자료 사진 등과 함께 유럽 주택의 역사를 정리한 형식으로 구성됐다. 그리스 건축은 다른 예술 분야처럼 서양 주택의 뿌리를 형성하는 역할을 했다. 특히 큰 방 두 개를 병렬시킨 직사각형 윤곽에 안쪽 중심에 난로를 두는, 에게해의 메가론 주택은 중정형(中庭形) 개인 주택으로 발전했다. 도시 문화가 발달한 그리스 본토에서는 개인사보다 공공사가 더 중요했던 까닭에 주거문화는 큰 관심 대상이 아니었다.

로마인 특유의 풍성한 문화적 요소가 개입되면서 개인 주택인 도무스가 다채로운 형식으로 나타났던 로마를 거쳐 중세에는 성주의 행정 중심지이자 일상을 보낸 공간인 성채와 봉건제의 중심인 장원주택 등으로 다양화됐다. 새로운 권력층이 자신의 정치력과 정체성을 과시하고 싶어 했던 르네상스 시대에는 이탈리아의 팔라초, 프랑스의 오텔, 영국의 컨트리 하우스 등의 상류층 본거지가 등장한다.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 유구(遺構)를 비롯한 기본 자료를 구하기 어려운 여건상 서민 주택이 아닌 상류층 주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의 한계는 있지만 집을 둘러싼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예컨대 한국의 주택문화는 편의성을 이유로 아파트 한 종류에 극단적으로 쏠려 있지만 삶의 질은 개인주택에서 더 높게 나타난다는 게 유럽 주택사를 정리한 저자의 결론이다. 또 19세기 파리는 아파트 시대로, 부동산 투기의 성격이 짙었지만 투기에만 매몰된 한국과 달리 부르주아의 문화적 역량도 함께 녹아 들어 아파트가 19세기 파리를 대표하는 건축형식이자 도시 아이콘이 됐다고 강조한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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