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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여왕은?

입력
2014.02.28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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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봄을 맞아 국내 여자 바둑계 최강자로 올라서기 위한 여전사들의 치열한 타이틀 쟁탈전이 시작됐다. 한국 여자바둑을 대표하는 양대 타이틀인 여류명인과 여류국수의 새 주인을 가리기 위한 마지막 3번 승부가 잇달아 펼쳐진다.

최정(18)과 박지연(23), 최근 국내 여자바둑계를 이끌고 있는 '투 톱'이 정상을 다투는 제15기 여류명인전 도전 3번기가 지난주부터 시작됐고, 전통의 강호 박지은(31)과 떠오르는 샛별 김채영(18)이 맞붙는 제19기 여류국수전 결승 3번기가 그 뒤를 잇는다.

최정과 박지연은 지난해에 이은 두 번째 타이틀매치다. 지난 14기에도 박지연이 최정에 도전장을 던졌지만 아쉽게 1대2로 역전패를 당했다.

현재 여류명인 타이틀 보유자인 최정은 2010년 입단 후 불과 3년 만에 명실상부한 1인자로 자리매김한 한국 여자바둑의 새로운 태양이다. 2011년 지지옥션배서 남자시니어를 상대로 8연승을 거두며 화려하게 바둑계 히로인으로 데뷔한 후 여자기사 최초로 명인전 본선 8강에 진출하는 신기록을 수립해 일찌감치 대성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이듬해인 2012년 여류명인전에서 우승, 생애 첫 타이틀을 품에 안은데 이어 지난해 여류기성전까지 석권하며 2관왕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랭킹에서 생애 처음으로 100위권 안으로 진입하면서 그동안 부동의 1위였던 박지은을 제치고 여자기사 랭킹 1위로 올라섰다.

이에 맞서는 박지연도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2006년 입단해 2008년 마인드스포츠게임즈 여자단체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2012년에는 여류국수전 결승에서 박지은을 2대 1로 물리치고 생애 첫 타이틀을 차지하는 등 국내외 기전에서 맹활약을 펼쳐 여자기사 최초로 바둑대상 신예기사상을 수상했다. 이번 15기에서는 승자 결승에서 오정아에게 패해 탈락 위기를 맞았지만 패자 결승에서 김혜민을 이기고 부활했다. 이후 도전자결정전에서 다시 오정아를 만나 통쾌하게 설욕하고 기어이 도전권을 따냈다.

과연 최정이 다시 한 번 타이틀을 방어해 여류명인 3연패에 성공할 지, 아니면 박지연이 리턴매치에서 승리해 첫 여류명인 타이틀을 차지할 수 있을 지 벌써부터 결과가 궁금하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여자기전인 여류국수전 결승에서는 현재 무관 상태인 전통의 강호 박지은의 재기 여부가 관심거리다. 국내 최초 여자 9단인 박지은은 지난 10여 년 간 부동의 1위를 지켜 왔지만 서른 살을 넘어서면서 서서히 노쇠현상을 보이기 시작, 작년 말에는 드디어 랭킹 100위 밖으로 밀려나면서 최정에게 처음으로 여자기사 랭킹 1위 자리를 추월당했다. 박지은은 그동안 정관장배, 궁륭산병성배 등 세계대회서 다섯 차례나 정상에 올랐지만 국내기전에서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프로 생활 17년간 획득한 국내 타이틀이 여류국수(2008년)와 여류명인(2000년) 각각 한 번씩 달랑 두 개에 불과하다. 2012년에 여류국수전 결승에서 박지연에게 1대 2로 져 준우승에 그쳤고 2013년에는 여류기성전 결승에서도 최정에게 고배를 마셨다.

한편 김채영은 2011년 입단, 지난해 황룡사배와 화정차업배 등 세계대회 단체전에 국가대표로 선발돼 한국의 우승에 크게 기여했고 인천 실내무도아시안게임서도 은메달을 따내는 등 단체전에서 특히 활약이 컸다. 김성래 5단의 장녀로 권갑룡-권효진에 이어 국내 두 번째 부녀기사다.

과연 박지은이 여류국수전을 발판으로 다시 국내 여자바둑계 맹주 자리를 되찾을 수 있을 지, 아니면 김채영이 생애 첫 타이틀을 따내며 여자바둑계의 세대교체를 더욱 가속화 시킬 지 관심이 쏠린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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