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농구 최강을 자부하는 고려대와 떠나는 스승에게 우승 선물을 안기고 싶은 경희대의 마지막 승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었다. 시종일관 경희대가 근소한 우위를 점하며 우승컵에 다가서는 듯 했지만 경기 종료 0.2초를 남기고 고려대가 뒤집었다. 승자는 코트에 함께 드러누워 기쁨을 만끽했고, 패자는 믿을 수 없는 결과에 허탈한 웃음만 지었다.
고려대는 28일 수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30회 MBC배 수원시 전국대학농구대회 남자부 결승에서 종료 0.2초를 남기고 터진 이승현의 역전 결승골에 힘입어 경희대를 86-85로 꺾고 우승했다. 지난해 이 대회 결승에서도 경희대를 상대로 연장 접전 끝에 제압한 고려대는 2연패를 달성했다. 또 올해 첫 대회부터 극적인 우승을 차지하며 전관왕을 향해 산뜻한 출발을 했다.
올 시즌 프로농구 신인드래프트 1순위 유력 후보인 고려대 4학년 이승현(22ㆍ197㎝)이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다. 결승 득점을 포함해 혼자 28점을 몰아쳤고, 11개의 리바운드를 건져냈다. 특히 이승현은 81-84로 뒤진 종료 24초 전 동점 3점포를 터트렸다.
또 경희대가 종료 4.5초를 남기고 중국 출신 귀화선수 우띠롱의 자유투 1점으로 달아나자 마지막 공격에서 상대 수비 2명의 블록슛을 피해 중거리 슛을 꽂아 넣어 치열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2학년 센터 이종현은 14점 14리바운드 4블록슛으로 팀 승리를 거들었다. 반면 경희대는 한희원(27점)과 우띠롱(16점) 등이 분전하며 경기 내내 리드를 지켰으나 뒷심 부족으로 2년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다.
1985년부터 지휘봉을 잡아 30년간 경희대를 이끈 최부영(62) 경희대 감독은 이날 경기를 끝으로 정년 퇴임했다. 3월부터 이 학교 농구부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최 감독은 한 팀에서만 긴 시간을 보낸 국내 최장수 지도자이며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등 국가대표 감독으로도 한국 농구 발전에 많은 힘을 보탰다.
또 지난해 프로에 진출한 김민구(KCC), 김종규(LG), 두경민(동부) 등 '빅3'를 비롯해 이창수(삼성 스카우트), 강혁(삼일상고 코치) 등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도 양성했다. 화려한 패션 감각과 거침 없는 언변은 최 감독 만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최 감독 후임으로는 김현국 코치가 선임됐다.
앞서 열린 여대부 결승에서는 용인대가 전주비전대를 77-63으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용인대에 늦깎이 신입생으로 입학한 국가대표 출신 센터 이종애는 28점 18리바운드로 맹활약해 팀 우승을 이끌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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