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7일 한국인 선교사 김정욱(51)씨의 억류 사실을 전격 공개한 데 이어 단거리 탄도 미사일 4발을 동해상에 발사하며 하루에만 대남 카드를 두 개나 내놨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후 유화적인 남북관계 흐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주도권을 놓고 우리 정부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정욱씨 억류는 체포 3개월여 만에 확인됐다. 북한 국가안전보위부는 지난해 11월 7일 "남조선 정보원(국가정보원) 첩자를 체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첩자가 남한 사람인 사실을 자백했으며 자진 밀입북해 불순분자들을 규합, 북한 사회와 제도의 안정을 파괴할 목적으로 평양에 침입했다는 게 북한 당국의 주장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우리 정부의 거듭된 신원 확인과 석방 요청을 거부했고, 국정원도 보도를 강력 부인하면서 이 사건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 했다.
때문에 관심은 북한이 왜 3개월 넘게 뜸을 들인 이 시점에 김씨를 외부에 공개했느냐에 모아졌다. 정부는 남북 이산상봉 행사(20~25일)가 끝난 직후라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남북이 이산상봉 이후 유화적 흐름을 이어갈 후속 의제의 우선순위를 달리 설정한 탓에 억류 사실을 일부러 흘린 것 아니냐는 의심이다.
정부는 상봉 기간 중 북한의 구제역 방역 지원을 제안했고, 이날 통일부도 상봉정례화와 국군포로ㆍ납북자 문제 등 이산가족 사안을 포괄적으로 다룰 실무접촉을 북측에 제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즉, 인도주의에 한정해 남북 대화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반면 북측은 남측의 구제역 협의에는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23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방역 지원을 요청하는 등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은 '통 큰 용단'이라고까지 표현한 이산상봉의 반대 급부로 구제역 지원은 미흡하다고 판단한 듯하다"고 말했다.
탄도미사일 발사는 성능 테스트를 겸한 통상적인 군사훈련 차원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사일의 발사 사거리가 짧은데다 현재 키리졸브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진행 중인 사실로 미뤄 이에 대한 맞대응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합참 관계자도 "이례적인 일은 아니며 이산상봉도 끝났으니 국제사회를 의식해 무력을 과시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성격을 달리하지만 김씨 억류 공개와 탄도미사일 발사에는 남북관계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북한의 노림수가 숨어 있다는 평가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 당국은 선교사 김씨의 배후로 국정원을 지목해 향후 체제 흔들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며 "미사일 발사도 정부의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 요구를 무작정 들어주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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