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해 10월 입북한 한국인 선교사를 간첩 혐의로 체포, 4개월 넘게 억류 중인 사실을 27일 공개했다. 최근 남북 대화 분위기에서 북한이 돌연 압박 카드를 꺼낸 것으로, 이산 상봉 후 예상되는 남북 접촉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개신교(침례교) 선교사인 김정욱(51)씨가 이날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에 들어온 다음날인 지난해 10월8일 체포됐으며, 반국가 범죄 혐의에 대해 사죄한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김씨는 기자회견에서 "중국 단둥(丹東)을 통해 성경과 기독교 교육용 교재 및 영화를 가지고 평양에 들어갔다"며 "북한을 종교적 국가로 바꾸고 북한 정부와 체제를 파괴할 생각으로, 국가정보원에서 돈을 받았고 그들 지시에 따라 북한 사람들의 스파이 활동을 주선했다"고 밝혔다. 회견 중에는 김씨가 접촉했다는 북한 사람들의 자백 영상도 상영됐다.
김씨는 북한 체제에 반하는 죄를 저지른 '범죄자'라고 자신을 칭하면서 "북한 당국이 자비를 보여 풀어주기를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정부는 이에 즉각 송환을 촉구했다. 정부 관계자는 "순수한 종교활동을 하는 우리국민을 반국가적 범죄자라고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송환 전까지 신변 안전과 편의를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원 측은 "우리 정부가 김씨와 접촉했거나, 돈을 줬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씨는 최근 6년간 국수공장을 운영하며 단둥을 오가는 북한 주민에게 선교 활동을 벌여왔으며 자신이 선교한 주민이 평양에 지하교회를 세웠다는 말을 듣고 자금을 전달하려고 밀입북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당시 주위에서 만류했으나, "내가 선교한 북한 고위 간부가 보호해 주기로 했다"며 입북을 강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북 전문가는 "경제난 때문에 북한도 남북관계 정상화가 시급하다"며 "김씨 송환을 또 다른 '통큰 양보'카드로 활용해 대남 접촉에서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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