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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독감과 비슷한 뇌수막염… 원인도 예방접종도 갖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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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독감과 비슷한 뇌수막염… 원인도 예방접종도 갖가지

입력
2014.02.2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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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환절기에 감기나 독감(인플루엔자) 말고 특히 주의해야 할 감염병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뇌수막염이다. 전문가들은 "독감이 유행한 뒤 종종 뇌수막염 발생률이 증가한다"고 말한다. 독감 환자가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내뱉는 침 때문에 뇌수막염이 더 잘 전파될 수 있고 독감 때문에 상처가 난 호흡기에 뇌수막염 균이 쉽게 침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뇌수막염은 일반적으로 38도 이상의 고열과 두통을 동반하는 등 독감과 비슷한 초기 증상을 보여 둘의 구분이 쉽지 않다.

뇌수막염에 특히 취약한 연령대는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다.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Hib) 백신이 지난해 3월 국가필수예방접종 대상에 포함된 뒤 접종을 하고 안심하는 부모도 적지 않다. 하지만 뇌수막염을 일으키는 원인은 Hib 말고도 여럿이다. 각각이 어떻게 다른지, 추가로 필요한 예방접종이 있는지 확인해보는 게 좋겠다.

Hib, 폐렴구균, 수막구균

뇌수막염은 바이러스와 세균이 뇌와 척수를 둘러싼 막으로 침투해 일으킨다. 바이러스성(무균성) 뇌수막염은 주로 사람의 장에 사는 엔테로 바이러스 때문에 생긴다. 엔테로 바이러스가 소화관에 연결된 림프관과 혈관을 타고 체내 여러 장기로 이동하다가 신경계로 침투해 증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증상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건강한 사람은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아도 일주일 정도 쉬면 회복된다. 백신이 없기 때문에 평소 위생 관리 등을 철저히 하는 게 최선이다.

세균성 뇌수막염은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에 비해 증상이 대체로 심하며 대부분 항생제 치료를 해야 한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후유증이 생기기도 한다. 지난해부터 국가 지원을 받아 접종할 수 있게 된 Hib는 세균성 뇌수막염과 폐렴, 관절염 등을 예방하는 백신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Hib 균이 일으키는 뇌수막염은 생후 6개월부터 12개월 사이의 영아에서 가장 많고 만 5세 이상 어린이나 어른에게 발병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름 때문에 폐렴을 일으킨다고만 알고 있는 사람이 많지만 폐렴구균도 뇌수막염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태어난 지 24개월 미만인 영ㆍ유아가 많이 걸리고 가장 위험하다. 이후 만 5~17세쯤 발병률이 현저히 떨어졌다가 65세 이상 고령층에서 다시 증가한다. 그래도 백신을 맞으면 예방이 가능하다. 65세 이상에게는 지난해 5월부터 접종 비용이 지원되고 있으며 영ㆍ유아는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비용이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

뇌수막염의 또 다른 원인인 수막구균의 백신도 2012년 국내에 출시됐다. 그러나 접종 비용은 개인 부담이다. 수막구균 뇌수막염은 Hib 뇌수막염과 유사하게 12개월 이하 영아에서 발병률이 가장 높다. 청소년기인 11~18세 때 발병이 한 번 더 증가한다. 수막구균 뇌수막염은 3가지 세균성 뇌수막염 가운데 진행 속도가 가장 빠르다. 고열과 두통 같은 초기 증상을 보인 뒤 환자 10명 중 1명이 24~48시간에 사망할 정도다. 다행히 살아남더라도 5명 중 1명 꼴로 피부조직이 썩거나 뇌가 손상되거나 팔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등 치명적인 후유증을 겪을 수 있다.

독감과 차이점은 두통과 열꽃

뇌수막염 초기 증상은 감기나 독감과 아주 비슷하다. 조금 차이가 있다면 감기나 독감보다 머리가 좀 더 많이 아프다는 것이다. 수막구균 뇌수막염에 걸리면 특이하게도 온몸에 붉은 반점이 나타나기도 한다. 수막구균이 피부의 혈관 벽을 손상시켜 혈액이 새어 나와 생기는 출혈성 발진이다. 하지만 이 역시 초기에는 희미한 분홍색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열이 많이 오를 때 종종 생기는 일반적인 열꽃과 혼동하기 쉽다. 시간이 지나면서 발진 부위가 점점 더 붉어지거나 보라색으로 변하면 수막구균 뇌수막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일반적인 발진과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의 발진을 구별하기 위해 간단한 테스트를 하기도 한다. 발진 증상을 보이는 피부에 투명한 유리잔을 대고 꼭 누르는 걸 반복했을 때 발진이 일시적으로 사라지지 않으면 수막구균 감염을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정확한 진단이 불가능하다.

뇌수막염 진단이 나왔어도 구체적 원인을 알기 위해서는 병원에서 몇 가지 검사를 해야 한다. 뇌척수액이나 혈액, 관절액 등이 건강하다면 무균 상태여야 하는 체액을 뽑아 세균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체액을 채취하기 전 이미 항생제를 투여한 경우에는 검사에서 균이 제대로 검출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경부경직 동반 땐 병원으로

국내에서는 이제껏 원인별 뇌수막염에 대한 대규모 역학조사를 한 적이 없다. 엔테로 바이러스와 Hib, 폐렴구균, 수막구균 등이 실제로 감염시킨 환자가 얼마나 되는지 추정하기 어려운 이유다. 1999~2001년 전북 지역에서 5세 미만 소아 2,17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Hib 뇌수막염은 10만명당 6.0명, 폐렴구균 뇌수막염은 2.1명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백신연구소(IVI)가 1999~2001년 한국의 수막구균 뇌수막염 환자의 뇌척수액을 진단했을 때는 발병률이 10만명당 6.8명꼴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들 연구 결과 모두 특정 지역의 조사를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전국적인 대표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항생제 사용으로 실제 감염균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발병 빈도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지만 열이 38도가 넘는다고 해서 뇌수막염 감염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고열, 두통, 구토 등 독감과 비슷한 증상과 함께 ▦고개를 숙였을 때 뒷목이 뻣뻣해지거나 ▦몸이 축 처지거나 ▦의식이 떨어지거나 ▦해열제를 먹었는데도 낫지 않고 발열과 두통이 계속되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자녀가 어떤 예방접종을 했는지 확인할 필요도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뇌수막염의 원인 별 특징에 따라 예방접종이 필요한 연령대가 다르다"며 "Hib 백신은 5세가 넘으면 안 맞아도 되고 폐렴구균 백신은 면역력이 약한 영ㆍ유아와 65세 이상 노년층이 접종해야 하며 수막구균 백신은 영ㆍ유아나 단체생활을 하는 청소년과 성인이 접종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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