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극우 정치인들이 우리 국민감정을 건드릴 때마다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무관심해지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3ㆍ1운동 95주년 기념행사를 준비 중인 김능진(65)독립기념관장은 27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선조들이 목숨 바쳐 지켜온 대한민국의 올바른 역사를 알고 미래를 준비하는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관장은 최근 일본의 아베 총리를 비롯한 정치인들의 연이은 망언과 관련,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소중한 것들을 후손들에게 교육하고 지켜나가도록 만들기 위해 앞장서야 한다”며 “올해 삼일절 행사는 역사인식을 되새기고 국민의 많은 관심이 지속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밝혔다.
1919년 경북 안동에서 3ㆍ1운동을 주도했던 독립운동가 김병우 선생의 손자인 김 관장은 학자 출신답게 취임 후 청소년 역사교육의 중요함을 강조해왔다. 그는 독도 관련 5권의 책 10만 부를 제작했다. 영어와 중국어, 일본어 번역본은 보기 쉽게 그림도 넣어 국내외 관람객들에게 제공됐다. 그동안 전임관장 시절부터 운영해온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토요 역사체험교실’의 프로그램도 강화했다. 역사를 책이 아닌 멀티미디어 강의와 전시관 탐방, 체험활동을 통해 쉽게 배울 수 있게 한 것이다.
독립기념관은 올 삼일절 행사도 다채롭게 준비하고 있다. 책상에 앉아 머리로 배우는 역사교육이 아닌 국민이 직접 참여, 체험을 통해 흥미를 더하는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우선, 명예 독립운동가 1,919명이 참여하는 만세운동 재연행사가 독립기념관에서 열린다. 참가자들은 당시 일본 경찰의 검문 체험 행사등을 통해 일제의 탄압이 얼마나 혹독했는지를 체험하게 된다. 겨레의 집에서는 길이 150㎙, 폭 3㎙ 대형 광목에 말띠 해를 맞아 힘찬 도약을 상징하는 ‘말’ 글자 80자를 쓰는 퍼포먼스가 벌어진다. 또한, 경내 곳곳에서는 태극기 바람개비 만들기, 무궁화 만들기, 태극기 손도장 찍기, 역사인물 배지 만들기 등 행사도 준비했다.
김 관장은 “한반도 전역에서 펼쳐진 만세운동은 중국의 5ㆍ4운동을 촉발했고 필리핀, 인도, 인도네시아, 이집트 등의 독립운동 단초가 되는 등 넓은 의미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한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당시 감명을 받은 중국의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는 3ㆍ1운동의 실체를 느끼기 위해 한반도를 방문해 만세운동에 사용했던 태극기에 서명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김 관장은 올해 국제교류도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 5월에‘러시아 한인 이주 150주년 기념 국제학술회의’를 러시아 연해주 극동연방 대 현지에서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는 한인 이주 및 미래 한러 관계 증진을 위한 양국의 첫 번째 공식행사”라고 설명했다. 또한, 일제의 731부대 만행을 보여준 지난해 특별전에 이어 올해 폴란드 아우슈비츠 기념관과 공동으로 특별전시회 개최도 준비하고 있다.
중국 하얼빈역에 안중근의사 기념관 개관을 계기로 중국과의 교류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독립기념관과 결연을 맺고 있거나 학술교류를 하고 있는 항일투쟁 관련 기관인사들을 대거 초청할 예정이다.
김 관장은 “3ㆍ1운동은 한반도 최대의 역사적인 사건으로 삼국통일보다 더 대단한 일이지만, 3ㆍ1운동의 흔적이 흐려지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성, 지역, 신분, 종교 등의 벽을 허물고 국민 대통합을 이룬 3ㆍ1운동을 되새기는 의미로 5년 후 100주년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독립기념관의 진로에 대해 “개관 초기 일본에 억눌린 울분과 고난의 역사교육에 치우쳤지만, 이제는 비극의 역사가 아닌 성공의 역사, 즐거움과 감동의 역사를 알리는 기관으로 변신하겠다”고 강조했다.
천안=이준호기자 junho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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