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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형기자의 청진記] 난청 잘 못 잡는 학교 청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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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형기자의 청진記] 난청 잘 못 잡는 학교 청력검사

입력
2014.02.27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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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에 사는 스물두 살 여성 임모씨는 고교 입학 후 수업 시간에 선생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아 답답함을 느꼈다. 하지만 학교 건강검진에서 청력이 정상이라고 나와 잘 들리지 않는 게 일시적이려니 생각하고 넘겼다. 하지만 3학년에 올라가서도 증상이 이어져 이비인후과를 찾았다. 검사 결과는 소음성(고음역) 난청. 고교를 졸업한 지금까지도 임씨는 병원을 다니고 있다.

임씨가 난청이란 사실을 뒤늦게 안 이유는 학교 청력검사의 한계 때문이다. 국내 대부분의 초ㆍ중ㆍ고교에서는 약식 순음청력검사를 한다. 크기 40㏈까지, 주파수 1㎑까지의 소리를 단순히 듣는지 못 듣는지 가리는 것이다. 대화할 때의 목소리가 대개 50~60㏈니 40㏈이면 작게 이야기하는 정도다. 또 여자 소프라노 성악가가 가장 높은 소리를 낼 때 주파수가 대략 1㎑ 안팎이다.

이비인후과에서는 40㏈ 이상의 소리를 구분하지 못하면 중등도 난청으로 진단한다. 수치로 보면 학교 청력검사만으로도 중등도 난청을 판별할 수 있다. 이보다 덜한 경도 난청의 기준은 새나 시냇물 소리 크기인 25~40㏈까지의 소리를 잘 못 듣는 경우다. 학교 검사만으로는 경도 난청 학생을 가려내기 어렵다는 얘기다.

주파수가 4㎑를 넘는 높은 소리를 잘 못 듣는 소음성 난청 역시 학교 검사에선 정상으로 나올 수 있다. 임씨가 바로 이런 경우다. 하지만 소음성 난청은 평소 생활에 큰 지장이 없어 잘 알아채지 못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십상이다. 그렇게 방치하다 더 나빠지면 귀에서 자꾸 소리가 나는 이명까지 생길 수 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들은 임씨 같은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한다. 실제로 2010년 대한이비인후과학회와 질병관리본부가 진행한 국민건강영양평가사업에서 12~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난청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 경도 난청은 3.8%, 중등도 난청은 1.6%로 나타났다. 그러나 같은 해 초ㆍ중ㆍ고교 학교건강검사 표본조사 결과 난청과 귓병 등을 포함한 귀 질환 유병률은 0.47%에 불과했다. 학교 청력검사가 부정확했을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청력 검사를 정확히 하려면 방음 시설을 갖춘 공간에서 소리의 강도와 주파수를 다양하게 조절해 들려주고 반응을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학교 현장이 이런 검사 환경을 갖추기를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학교 검사에서 정상으로 나왔더라도 아이의 청력을 평소 관심 갖고 지켜보는 게 최선이다. 임씨를 치료 중인 소리 귀클리닉에 따르면 ▦소음에 노출된 뒤 귀가 멍해지거나 ▦평소 귀가 웅웅 울리거나 ▦특정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리거나 ▦사람 많은 곳에서 말을 분별하기 어렵거나 ▦전화 소리를 분명히 못 듣는 등의 증상을 보이면 바로 이비인후과 검사를 하는 게 좋다.

문경래 소리 귀클리닉 원장은 "여러 난청 중 자신의 의지로 예방이 가능한 유일한 난청이 소음성"이라며 "특히 하루 1, 2시간 이상 이어폰을 사용하는 습관을 꼭 고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폰은 소음성 난청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힌다. 임씨 역시 고교 때 공부가 힘들 때마다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었다. 가령 지하철에서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려면 객차 내 소음이 평균 80㏈이니 이어폰 볼륨을 100㏈ 안팎으로 유지해야 한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에 따르면 이론적으로 90㏈이 넘는 소음에 하루 8시간, 105㏈에 1시간 이상 계속 노출되면 소음성 난청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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