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인천 경제자유구역 내 외국계 카지노 허가와 관련한 사전심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가 돌연 취소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리포&시저스 컨소시엄(LOCZ)의 복합리조트 투자계획과 자본조달 능력 등을 평가하고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었다. 공개 방침은 전날 언론에도 통보됐다. 문체부는 그러나 이날 "추가로 확인할 절차적 문제가 있다"며 발표를 3월 초로 연기했다.
LOCZ는 중국계 인도네시아 부동산 재벌인 리포와 미국 카지노그룹 시저스엔터테인먼트의 합작 업체로, 인천 경제자유구역 내 복합레저단지인 미단시티에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월 사전심사를 신청했으나 신용등급 미달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으며 12월 재심을 청구해 심사가 진행돼 왔다.
LOCZ가 사전심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으면 국내 카지노 시장에 진출하는 첫 해외 자본이 된다. 사전심사를 통과했다고 해서 카지노 설립 허가가 바로 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투자가 시작되면 카지노 설립을 막을 명분이 없어진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LOCZ 사전심사가 주목 받는 다른 이유는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경자법)의 사전심사 제도에 따른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 심사라는 점이다. 본래 경자법은 ▦3억 달러 이상의 호텔ㆍ컨벤션 선투자 ▦신청업체의 매출액 및 부채비율 등을 규정한 자격기준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 기준이 외자 유치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에 따라 2012년 9월 서류 심사만으로 카지노 설립을 허가하는 특례 조항이 경자법에 포함됐다. 문체부는 당시 특례 조항이 카지노 난립을 부를 것이라며 반발했지만 외자유치와 고용창출을 강조하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의 목소리에 눌리고 말았다.
이제껏 사전심사를 신청한 업체는 LOCZ와 일본 유니버셜엔터테인먼트 등 두 곳뿐이다. 두 업체는 지난해 초 사전심사를 신청했을 때 취약한 자본력과 부도덕성으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결국 두 업체 모두 부적합 판정을 받았고 LOCZ만 재심을 신청했다.
문체부는 현 민원 처리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공모 방식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자금능력과 관련사업 수행 경험 등 자격조건을 강화하는 경자법 개정안도 입법예고돼 있다. 한 레저업체 관계자는 "문제가 있어 제도를 바꾸고 있는 틈에 사전심사를 진행하는 것은 LOCZ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가 27일 발표를 연기한 것은 이런 비판에 대비, 추가 검증을 하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투기자본에 카지노 시장을 열었다는 책임이 제기될 수도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연기 사유를 최종 발표 시점에 밝히겠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하지만 정부의 기본 방향은 외국 자본의 복합리조트 투자 장벽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3일 열린 제2차 관광진흥확대회의에서도 복합리조트 신용등급 자격 완화가 제도개선안에 포함됐다. 외자유치에 혈안인 인천시도 심사에 속도를 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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