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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2NE1' 불문율 깨고 정면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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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2NE1' 불문율 깨고 정면대결

입력
2014.02.27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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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자 자리 굳히기일까, 2인자의 정상 정복일까.

올해 초 가요계 최고 화제는 두 걸그룹 소녀시대와 투애니원(2NE1)의 맞대결이다. 소녀시대가 신곡 '미스터 미스터'를 포함한 미니앨범의 음원을 24일 오후 공개한 지 이틀 만인 27일 0시 투애니원이 '컴 백 홈' '너 아님 안돼' 등을 내세운 정규 2집 '크러시'의 음원을 내놨다. 두 팀이 거의 동시에 앨범을 내고 활동을 재개한 것은 처음이다.

가요기획사 2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SM엔터테인먼트와 YG엔터테인먼트의 간판급 걸그룹이기에 관심은 더하다. 한마디로 1, 2위 기획사의 자존심 대결장이 됐다.

두 걸그룹의 컴백은 시작부터 신경전의 연속이었다. SM이 소녀시대의 신곡 음원을 19일 정오에 공개하겠다고 밝히자 YG는 25일 0시 투애니원의 새 앨범 음원을 발표하겠다고 응수했다. SM은 곧 '뮤직비디오 데이터 손실'을 이유로 음원 공개 시기를 연기했고, YG도 투애니원의 멤버 씨엘의 생일(26일)에 맞춘 27일 0시 공개를 선언했다.

SM은 24일 오후 5시에 기습적으로 소녀시대의 음원 공개를 발표하며 선공했다. 가요계는 이번 경쟁을 'YG의 도발'로 해석한다. 가요기획사 A사 관계자는 "정상급 가수들의 경우 신곡 발표 시기가 겹치지 않게 조정하는 것이 업계의 불문율인데 이번에는 YG가 자신감을 보여주기 위해 정면승부를 택한 듯하다"고 했다.

두 회사의 경쟁 구도는 두 걸그룹이 처음 맞붙었던 5년 전과는 판이하다. SM이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등의 스타 군단에 샤이니, 엑소 등을 합류시키고 장동건 강호동 등이 소속된 SM C&C를 자회사로 편입시키며 몸집을 키우는 사이 YG는 싸이의 세계적인 성공 등으로 SM에 대적하기에 이르렀다. 연예인 주식 부자 1, 2위로 SM의 이수만과 YG의 양현석이 엎치락뒤치락하기 시작한 것도 2012년 이후다.

회사 간 경쟁과는 별개로 새 앨범 발표가 두 걸그룹에게 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 소녀시대는 지난해 초 발표한 '아이 갓 어 보이'가 이전 히트곡들에 비해 대중적인 파급력이 그다지 크지 않아 새로운 전기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투애니원 역시 2012년 '아이 러브 유' 이후 별다른 히트곡을 내놓지 못했다. 후배 걸그룹 씨스타가 잇따라 히트곡을 터트리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음반 판매량이나 콘서트 관객 동원 등에서 걸그룹 1위를 지키고 있는 소녀시대로선 또 하나의 스매시 히트곡이 필요했고, 투애니원 역시 1위를 위협할 만한 신무기를 갖춰야 했다.

소녀시대의 4번째 미니앨범 '미스터 미스터'는 무난한 팝 앨범이다. 비욘세,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과 작업한 미국의 2인조 프로듀싱팀 언더독스가 작업한 동명 타이틀 곡은 R&B의 색채가 들어간 일렉트로닉 댄스곡이고 '굿바이' 역시 미국 작곡가들이 쓴 업템포의 매끈한 팝 넘버다. 신스팝 장르의 '유로파', 복고풍의 '웨이트 어 미닛' 등 듣기 편한 선율과 리듬, 친근한 인상의 편곡이 주를 이룬다. 가사만 빼면 미국의 R&B 성향 팝 가수가 낸 앨범이라고 해도 될 듯하다.

소녀시대가 정돈된 팝에 방점을 찍는다면, 투애니원은 자유분방한 일렉트로닉 댄스에 치중한다. 지난해 '폴링 인 러브' '두 유 러브 미' 등에서 잠시 길을 잃은 듯한 인상을 줬던 이들은 초기로 돌아가 신나게 전자 악기의 비트 위를 뛰논다. 3년 반 만의 정규 앨범인 '크러시'에는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난 아무도 못 말리는 싸가지'라며 '놀자 hey hey hey 놀자'라고 노래하는 동명 타이틀 곡부터 레게와 힙합, R&B, 일렉트로닉 댄스를 넘나드는 '컴 백 홈', 복고적인 선율의 댄스 곡 '너 아님 안돼' 그리고 발라드 '착한 여자'까지 투애니원의 개성을 잘 드러내는 9곡이 담겨 있다. YG의 전속 작곡가 테디가 곡을 대부분 썼고 씨엘이 '크러시' '살아 봤으면 해' 등 세 곡을 작곡했다.

두 앨범에 대해 대중음악 평론가들은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서정민갑씨는 "소녀시대는 지난 앨범과 달리 안정적이고 대중적인 전략으로 간 듯하다"며 " '미스터 미스터'와 '굿바이'를 빼면 좀 평이하다는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그는 "투애니원은 자신들의 캐릭터를 잘 활용하면서 다채로운 장르를 들려준다"며 "(미니와 정규의 차이가 있지만) 소녀시대의 앨범보다 좋은 곡이 더 많다"고 말했다.

김봉현씨는 "소녀시대의 앨범은 확실히 사운드 면에서 앞서 나가는 면이 있지만 '지' 같은 한 방은 없는 것 같다"며 "투애니원 앨범도 깔끔하고 완성도가 높지만 신선하거나 강렬한 느낌이 없고 무난하다"고 평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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