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은, 통화량 조절 때 MBS매입도 포함시킨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은, 통화량 조절 때 MBS매입도 포함시킨다

입력
2014.02.27 11:19
0 0

한국은행은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 흡수하고, 돈이 부족하면 푼다. 그렇게 시중의 통화량을 조절한다.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공개시장조작이다. 금융기관들을 상대로 국공채 등 증권을 사고 파는 방식으로 시중의 통화량을 조절하는 것이다. 증권을 사들이면 돈이 풀리고, 거꾸로 증권을 내다 팔면 돈이 흡수되는 식이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아무 증권이나 사고 팔 수는 없다. 만약 그랬다가 해당 증권의 신용이 위험해지면 손실을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공개시장조작 대상은 국채, 통화안정증권, 정부보증채 등 우리나라에서 가장 안전한 증권들로만 제한을 해왔다. 다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 급한 불을 끄기 위해 1년간 한시적으로 은행채 등을 대상에 포함시켰을 뿐이다.

그런데, 27일 금융위원회가 앞으로 한국은행 공개시장조작 대상에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하는 주택저당증권(MBS)을 포함시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적격대출과 보금자리론 같은 장기 고정금리 대출을 토대로 만들어진 MBS 시장을 활성화해 단기ㆍ변동금리 위주의 불안한 가계부채 구조를 개선해 나가겠다는 취지다. 한은은 조만간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이런 내용을 의결할 예정이다.

문제는 MBS는 주택금융공사가 보증하는 증권이긴 하지만, 국공채나 정부보증채에 비해 신용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증권이라는 데 있다.

물론 조건이 붙어있다. 무작정 한은이 MBS를 사고 팔 수 있게 한 것이 아니라 환매조건부 매매(RP) 방식으로만 사고 팔 수 있도록 했다. 한은이 금융기관이 보유 중인 MBS를 산다고 해도 1주일 정도 뒤에 다시 되파는 조건으로만 사게 되는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금융기관에서 MBS를 사서 만기까지 보유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험을 떠안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더구나 실제 한은이 MBS를 사들일 가능성은 많지 않다. 이 관계자는 "지금 같은 평상 시에는 금융기관에 돈이 풍부하기 때문에 MBS를 사주고 돈을 공급해줄 요인이 거의 없다"고 설명한다. 다만 한은이 공개시장조작 대상에 MBS를 포함시키게 되면 MBS의 신인도가 더 높아지고 금리가 떨어지는 간접 효과를 기대하는 조치란 얘기다.

하지만 국공채만 매입한다는 원칙이 붕괴된 데 따른 논란이 적지 않다. 당장 "왜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하는 MBS만 포함시키느냐"는 형평성 시비가 제기된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MBS를 공개시장조작 대상에 포함시키자고 요구했을 때 한은이 처음에는 완강히 반대를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앞으로 LH채권 등 다른 채권들도 편입시켜 달라는 요구가 빗발칠 가능성이 높은 탓이다. 채권시장 한 관계자는 "가계부채 문제 해소 차원에서 둑을 무너뜨렸다면 부동산 등 다른 사회적 현안을 해소하기 위해 대상에 포함시켜달라는 요구를 어떤 논리로 거부할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한은은 정부와 공동으로 주택금융공사에 2017년까지 총 4,000억원을 추가 출자하기로 했다. 이중 한은이 부담해야 할 금액이 얼마인지는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발권력을 동원해 가계부채 해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비등하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원은 "정부가 정책을 좌지우지하면서 한은에 돈을 대라고 강요하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