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친러 무장세력, 우크라 크림반도 정부청사 점령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친러 무장세력, 우크라 크림반도 정부청사 점령

입력
2014.02.27 11:56
0 0

우크라이나 사태를 두고 암중모색하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비상 군사훈련을 명령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르세니 야체뉴크 총리가 이끄는 친서방 과도정부가 출범한 27일엔 동남부 크림반도에서 친러 무장세력이 지방정부 및 의회 청사를 장악하는 등 국가분열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러시아의 영향력이 강한 이 지역에선 전날 친러-친서방 시위대의 충돌로 사망자가 발생했다.

푸틴의 첫 대응은 무력시위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푸틴이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서부 군관구와 중앙 군관구에 비상훈련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전투태세 점검을 목적으로 내달 3일까지 군 15만명, 탱크 880대, 전투기 90대, 함정 80대를 동원하는 대규모 훈련이다.

"통상적 훈련"이라는 러시아 국방부의 설명과 달리 군사적 시위를 통한 우크라이나 정국 개입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 주둔하는 흑해함대에 대한 보안 점검을 이번 훈련과 병행하겠다는 국방부 발표도 이를 뒷받침한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우크라이나의 통합을 저해하는 군사적 행동은 중대한 실수가 될 것"이라며 즉각 경고했다.

지난 20일 친러 정권이 쫓겨난 우크라이나 상황을 두고 푸틴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힌 적은 없다. 그러나 이번 조치로 우크라이나 과도정부에 정국 주도권을 넘기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러시아계 인구가 과반인 크림자치공화국의 분리독립 움직임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의회가 러시아어의 공식언어 지위를 박탈하고 분리주의에 대한 강경대응 방침을 밝히면서 이 지역에 러시아의 보호를 요청하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러시아가 개입할 명분을 줄 수 있단 얘기다.

하지만 러시아가 서방과의 충돌을 각오하며 군사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많지 않다. 우크라이나 과도정부를 압박할 다른 수단도 많기 때문이다. 크림반도 분리독립 세력을 후원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고 가스공급가 인상, 교역 제한, 대출 추심 등 경제적 수단도 다양하다. 푸틴의 신중한 대응이 느긋함이나 자신감으로 해석되는 이유다. 러시아가 권위주의와 부패로 정치적 기반인 동부에서도 민심을 잃은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복권에 연연하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다. 미하일 마르겔로프 러시아 상원 외교위원장은 아예 "러시아가 야누코비치의 망명을 허락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분리주의 가열되는 크림반도

27일 크림공화국 수도 심페로폴에서는 무장세력 50여명이 정부청사와 의회를 점거하고 러시아 국기를 게양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이날 새벽 건물을 급습한 뒤 공무원들의 출근을 막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정부가 이들과 협상 중이라고 밝힌 가운데 아르센 아바코프 내무장관 대행은 "치안군과 경찰을 현장에 급파했다"고 밝혀 유혈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전날 이곳에선 친러 시위대 5,000명과 과도정부를 지지하는 타타르족 시위대 1만여명이 충돌, 1명이 사망하고 20명 이상이 부상했다. 당국은 사망자가 심장마비로 숨졌다고 밝혔다. 이슬람을 믿는 타타르족은 1944년 스탈린 독재정권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오랜 생활 터전이던 크림반도에서 쫓겨났던 경험 때문에 반러 정서가 강하다.

시위가 폭력화되면서 과도정부의 강경진압과 러시아의 개입이라는 파국적 상황에 대한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자경단을 자처하며 무장한 친러시아계 주민과 외부 극단주의 세력과 연계된 타타르 민병대 등 과격한 소수 무장조직이 다수의 호응 없이 시위를 주도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과도정부는 지역 경찰에 "주민 갈등을 부추기지 말고 급진세력의 충돌을 막는데 전념하라"고 지시하고 있지만 러시아군은 공공연히 시내에 병력을 배치하며 친러 시위를 엄호하고 있다. 내무부가 폭력적 시위진압으로 물의를 빚었던 경찰특수부대 베르쿠트를 26일 전격 해산하면서 이들이 친러 지역에 유입돼 무장세력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과도정부 총리에 야체뉴크

우크라이나 야권은 26일 수도 키예프의 독립광장에서 야체뉴크 총리 지명자를 비롯한 과도정부 명단을 발표했다. 27일 의회 승인을 통해 과도정부를 정식 출범시키기에 앞서 반정부시위 본거지였던 독립광장에서 시민들의 공인을 받겠다는 취지였다. 야체뉴크가 이끄는 최대 야당 바티키프쉬나(조국당)가 부총리, 법무장관, 내무장관, 국가안보위원회 서기, 극우민족주의 성향인 스보보다(자유당)가 농업장관을 각각 맡았다. 시위 도중 야누코비치 세력에 납치돼 고문을 받았던 정치인 드미트리 불라토프는 체육ㆍ청소년장관에 지명됐다.

5월 25일 대선까지 과도정부를 이끌게 된 야체뉴크는 성명을 내고 "과도정부의 제1과제는 국가를 유지하고 구하는 일이며 위기해결 과정에서 대중적 지지를 잃을 수도 있다"며 내각 구성원을 가미카제(자살특공대)에 비유했다. 빅토르 유셴코 정부에서 경제장관, 외교장관, 의회 의장을 역임한 그는 미국과 유럽의 신뢰를 받고 있는 중량급 정치인이다. 케리는 "우크라이나에 10억달러 규모의 금융지원을 계획하고 있다"며 과도정부에 힘을 실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