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수(26ㆍ두산)는 현실주의자다. 합리적으로 살고, 야구도 합리적으로 한다. 지난 시즌도 이미 머릿속에서 지웠다. 상대 투수들이 똑 같은 패턴으로 던지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김현수는 27일 팀 2차 전지훈련이 진행되고 있는 일본 미야자키에서 “(개인 성적에 관계 없이) 지나간 시즌은 다 잊었다. 올 시즌, 지금이 중요하다”며 “더 높은 곳을 향해 도전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믿는다. 다만 숫자 놀음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늘어난 책임감, 내가 더 잘해야
송일수 두산 감독은 부임 직후 “주전은 김현수 뿐이다”는 말로 눈길을 끌었다. 선수 파악이 한창이지만 김현수의 존재감과 기량만은 인정한다는 것이다. 김현수는 이를 “2배 늘어난 책임감”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올해 캠프는 역대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감독님이 바뀌면서 훈련 방법도 변해 적응하는데 애를 먹었다”며 “처음부터 날 주전이라고 하신 건 책임감을 가지라는 의미인 듯싶다. 기분 좋은 것도 있지만 책임감이 늘었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이어 “운동은 충분히 했다. 최근 손목이 안 좋아 조금 쉰 것 빼고는 나쁜 것이 없다”며 “경기를 많이 나가지 못해 앞으로는 시범 경기를 포함해 많이 나가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현실주의자, 야간 훈련 하지 않는 이유
김현수는 악바리다. 또 독종이다. 훈련 하는 자세와 시간, 강도가 신인 때와 다르지 않다. 절친 유희관(두산)은 “비 시즌 때도 정말 열심히 하더라. 올해 각오가 남다른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김현수는 이번 캠프에서 야간 훈련을 하지 않았다. 숙소로 돌아오면 사우나 등으로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 그는 “자율 훈련을 계속 해온 대신 야간 훈련은 하지 않았다. 개인적인 생각인데, 야간훈련은 본인이 꼭 느껴서 해야 하는 것 같다”며 “부상이 가장 많이 생기는 것도 야간훈련 때인 것 같다. 꼭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김현수는 그러면서 “야간훈련을 한다는 것은 체력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나는 그 힘을 경기장에서 다 쏟는 편”이라며 “아니 경기장에서 다 쏟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프로 9년차, 숫자에 얽매이지 않겠다
김현수는 어느덧 프로 9년 차다(작년까지 풀타임은 7시즌). 2006년 신고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뒤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FA(자유계약선수) 자격도 2년 뒤면 얻는다. 그 동안 3,000번이 넘는 타석에서 숱한 깨달음과 자기 반성, 교훈을 얻었을 그다.
김현수는 “중요한 것은 타격 폼보다 어떻게 투수를 상대하느냐다. 안 맞으면 다르게 치려고 하는데 그러다 보니 악순환이 생긴다”며 “올해도 폼에 신경쓰기 보다는 타이밍을 잘 맞추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병일 2군 감독님이 숫자 놀음 하지 말라고 하셨다. 수치를 정해놓고 쫓아가기 보다는 한 타석 한 타석 집중하면 좋은 성적이 따라온다고 생각한다”며 “새로운 외국인 투수들이 많이 영입됐는데, 연습 경기 중계라도 많이 보려 하고 있다. 잘 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미야자키=함태수기자
한국스포츠 미야자키=함태수기자 hts7@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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