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8일 서울경마 2경주에서 ‘에이스플로잇’에 기승해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한 임기원의 기수 역정은 특별하다. 그는 지난 2009년 기수후보생 20기로 시작했으나 기수의 꿈을 잠시 접어두고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근 10년간 마필관리사로 생활했다. 그러다 지난 2011년 수습기수 면허시험에 당당히 합격하고 다시 기수의 길을 걷는다. 그리고 첫 출주까지 장장 3년이 더 걸렸다.
임기원은 이날 출발대가 열리자마자 선두를 꿰차더니 결승선까지 단 한 번도 선두를 내주지 않는 ‘와이어 투 와이어’를 연출하며 마수걸이 승리를 멋지게 장식했다. 기수의 길을 걷고자 했던 2001년부터 무려 13년이 걸린 첫승이었다.
다른 길을 걷는다는 것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임기원은 개인적인 사정으로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10여 년을 선수가 아닌 마필관리사로 생활하면서 경주마를 트레이닝시키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기수를 꿈꾸었던 그는 마필관리사로 만족할 수 없었다. 말을 타고 직접 경주로에 나가고 싶었다. 조교보 시험이 아니라 수습기수 면허시험에 응시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자 주변에서 반대가 잇달았다. 이제 30대 중반을 향해가는 나이인데 기수생활은 위험천만하다는 것이었다. 이는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의 오랜 꿈을 꺾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011년 수습기수 면허시험을 치르고 결국 합격했어요. 출주 기회를 잡기까지는 3년이 걸렸지요. 정말 간절한 마음으로 기회를 기다렸습니다.”
임기원은 첫승의 감흥에 젖어있는 대신 이미 다음 목표를 향해 시선을 정조준하고 있다. “아직까지 기승술에 대해 이야기할 만한 수준은 못됩니다. 개인적으로 보완할 부분이 많습니다”라며 훈련에 매진한다. 앞으로 목표에 대해 그는 “우선 경마교육원 교육생 3년차 신분이니, 20승을 거두어 평탄하게 졸업했으면 좋겠습니다. 늦게 시작한 만큼 조급해하지 않고 차근차근 미래를 준비해가고 싶어요. 정말 좋은 기수가 되어 후배들에게도 제가 받았던 배려를 똑같이 베풀면서 살 생각입니다”라고 말한다.
먼 길을 돌고 돌아 경주로에 다시 선 그가 10년간 마필관리사로 경주마들과 함께 보낸 시간은 앞으로 그의 기수 생활에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박진우기자
한국스포츠 박진우기자 jwpark@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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