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충주시의 한 장애아시설에서 발생한 주희(당시 11세)양 사망 사건에 대한 재수사 요청을 검찰이 결국 기각했다. 유족은 법원에 재정신청을 내 법의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사망 원인과 시설측 과실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은 법원 몫이 됐다.
26일 검찰과 유족에 따르면 대전고검은 지난달 초 주희를 돌보던 장애아시설 관계자들을 전원 불기소 처분한 청주지검 충주지청의 수사 결과를 원용, 유족들의 항고를 기각했다.
시각장애 1급에 치료가 힘든 간질인 '레녹스-가스토증후군'을 앓던 주희가 숨진 것은 2012년 11월.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을 했지만 명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남은 쟁점은 '위급상황에 처한 주희를 시설측이 제때 발견해 조치를 취했다면 살릴 수 있었느냐'인데, 검찰은 "옆에서 지켰더라도 소생 가능성이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이런 판단에는 '이태원 살인사건' 피해자 등을 부검한 이윤성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교수의 소견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수는 지난해 3월 검찰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질식사는 아닌 것으로 보이고 심장마비 가능성이 높지만, 사망 과정이 짧아 생존할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고 밝혔다. 검찰의 요청을 받은 이 교수는 수사기록과 사망 당시 사진, 국과수 부검결과 등을 바탕으로 감정했다. 주희 시신은 담당 검사의 권유로 유족이 화장한 뒤였다.
반면 '만삭 의사부인 사망사건'과 지난해 고 장준하 선생 유해 재감식 등을 맡았던 이정빈 단국대 법의학교실 교수는 질식사 소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레녹스-가스토증후군 환자의 사망원인 중 심장마비는 극히 적고 대부분이 질식"이라며 "설령 심장마비라 해도 바로 조치를 취했으면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검 과학수사자문위원과 법무연수원 법의학 초빙교수 등을 지낸 이 교수는 "유족이 감정인으로 신청하면 응하겠다"고 말했다.
주희를 진료했던 서울아산병원 신경계질환 전문의도 이정빈 교수와 마찬가지로 "사망까지 짧게는 수분에서 길게는 수십 분이 걸렸을 것으로 보여 발작 시 응급처치를 했다면 사망에 이를 확률은 적었을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검찰에 냈다.
전문가들의 견해가 엇갈리자 유족은 다른 법의학, 신경계 전문가들에게도 소견을 구하고 있다. 주희 아버지 김종필씨는 "24시간 돌봐야 하는 시설에서 아이를 방치한 4시간 동안에 숨졌는데 책임질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오래 고심했고 부모 심정도 이해하지만 증거가 부족해 (시설 관계자들에 대한) 기소는 쉽지 않았다. 법원 결정을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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