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소재로 만든 의류 제품을 판매하는 사회적 기업 '오르그닷'의 김방호(37) 대표는 요즘 젊은 디자이너와 봉제공장을 '짝짓기' 하느라 눈 코 뜰 새 없다. 온라인을 활용해 의류 유통 단계를 축소, 디자이너와 봉제공장 모두 불필요한 비용을 아낄 수 있도록 돕는 한편 소비자들도 좀 더 싸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김 대표와 직원들은 지난해 초부터 구로ㆍ성북ㆍ동대문구 등 봉제공장 밀집지역을 직접 다니며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한 뒤 홍보 동영상과 사진을 찍어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다. 그리고 이를 본 디자이너들이 직접 혹은 오르그닷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봉제공장에 주문을 넣을 수 있도록 했다. 오르그닷은 매출 대비 일정 수수료를 받는 수익구조를 갖고 있다.
김 대표는 "봉제공장 업주들이 수 십 년 동안 직접 샘플을 들고 올 때만 주문을 받는 데 익숙하다 보니 새로운 시도를 부담스러워 했다"며 "전문 교육을 받지 않은 많은 디자이너들도 정해진 형식에 맞춰 디자인 컨셉을 정리하고 설명하는데 어려움을 호소, 별도 교육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샘플을 만들 공간을 마련하기 힘든 영세 디자이너를 위해 구로구 시흥동에 공동 샘플실까지 마련했다.
다행히 결과는 좋다. 지난해 10월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짝짓기에 성공한 사례만 10건을 넘었다. 심지어 해외 디자이너들도 심심찮게 연락을 해오고 있다고 한다.
현재 국내 캐주얼 시장 규모는 약 11조원. 김 대표는 이 중 1%(약 1,000억 원)만 이 플랫폼을 통해 얻게 된다면 벤치마킹하는 기업들이 늘고 패션 생태계도 변할 수 있을 것이라 믿고 있다. 김 대표는 "디자이너의 창의적 아이디어는 가치를 인정 받고 원청업체의 단가 후려치기 때문에 저임금에 시달려야 하는 수 만 명의 영세 봉제 공장 노동자들도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실 이들의 도전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대표를 비롯해 6명의 20대 후반의 직장인들이 패션업계의 불합리한 생태계를 바로 잡고, 친환경 소재로 옷을 만들어 보자며 회사를 차린 것. 하지만 수 십 년 뿌리 박힌 관행은 이들의 열정 만으로 넘기에는 너무 높은 벽이었다. 이들은 먼저 패션 산업을 직접 경험하며 해결책을 찾기 위해 페트병 등 재활용품이나 친환경 소재를 활용한 단체복 시장을 뚫기로 했다.
이듬해인 2010년 오르그닷은 프로야구 SK와이번스에 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그린 유니폼'을 공급하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실제 경기에서 처음 쓰인 친환경 유니폼으로 알려지면서, 다른 기업은 물론 청와대 같은 공공기관에서도 친환경 유니폼과 기념품 주문이 늘었다. 이후 B2C 영역으로 발을 넓혀, 'A.F.M REPET'라는 친환경 캐주얼 브랜드를 선보였다. 김 대표는 "3년 동안 적자였지만 2012년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고 지난해는 1억 원 이상 이익을 냈다"며 "친환경 소재를 썼다는 것 만으로는 더 이상 고객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에 디자인과 품질 향상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 사회적 기업가들을 향해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해보겠다는 열정도 중요하지만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없으면 안 된다"며 "오르그닷도 인터넷 분야와 패션 업계에서 일한 경험들이 있었기에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오르그닷처럼 참신한 아이디어와 사업 추진 능력을 지닌 청년 사회적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한 시도들이 대기업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12년부터 청년 사회적 기업가에게 창업 자금과 경영 멘토링을 제공하기 위해 'H-온드림 오디션'이라는 경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서 뽑힌 기업들은 최대 1억5,00만원의 자금 지원과 함께 1년 동안 전문가들을 통해 경영 관련 노하우를 전수 받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사회적 기업도 경쟁력을 갖춰야 지속 가능할 수 있다"며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된 사회적 기업에 대해선 창업 비용은 물론 창업 이후 생존을 위한 경영 노하우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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