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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시위가 아님… 마스크는 미세먼지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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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시위가 아님… 마스크는 미세먼지 때문"

입력
2014.02.26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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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PM10)의 한반도 공습이 닷새째 이어진 26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야외 테니스장은 한산했다. 시민들의 테니스장 이용률은 지난 주말부터 평소보다 20~30% 줄었다. 예약을 해놓고 오지 않거나 취소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테니스장 시설관리인은 "요즘은 야외 코트보다 가격이 1.5배 비싼 실내 코트가 인기"라고 말했다. 공원에 산책 나온 사람들도 모두 황사마스크로 얼굴을 가렸고, 부모들은 턱에 건 아이의 마스크를 연신 고쳐 씌우기 바빴다.

서울 강동구 상일어린이집은 1주일째 실내체육수업만 하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가 너무 짙어 실외 활동을 아예 중단한 것이다. 이곳은 미세먼지 경보가 본격적으로 발령되기 시작한 지난해 11월부터 미세먼지 예보에 따라 야외활동 여부를 결정했다. 어린이집의 김모 교사는 "창문도 함부로 열지 못해 환기도 공기청정기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미세먼지보다 훨씬 인체에 유해한 초미세먼지(PM2.5) 농도도 높아지자 앞으로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이틀 이상 이어질 경우 '재해'로 간주해 관용차 운행을 전면 중단하는 등 비상대책을 가동하기로 했다.

미세먼지가 전국을 휩쓸면서 시민들의 생활 패턴도 바뀌었다. 거리의 인파가 줄면서 노점상들은 매출 감소로 울상인 반면 황사마스크, 구강청결제 등 미세먼지 대비용품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미세먼지 대비에 좋은 음식' 같은 글이 온라인상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는 등 미세먼지 피해를 막는 식재료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121∼200㎍/㎥)'을 기록한 이날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은 황사마스크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약사 박모씨는 "하루 평균 5~10개가 팔렸던 게 어제는 30개 이상 나갔다"며 "황사 마스크 판매량이 평소보다 2,3배 늘었다"고 말했다. 소셜커머스업체 티몬에 따르면 이달 1~23일 팔린 구강청결제는 4만9,448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1,725개)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 권오정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미세먼지로 천식 환자는 곧바로 호흡곤란을 일으키고, 건강한 사람도 기침이 잦아지는 등 호흡기 질환을 앓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물을 꾸준히 마시고, 해조류, 녹황색 채소를 많이 섭취할 것을 권고한다. 수분은 가래 생성을 촉진해 미세먼지 배출을 돕는다. 조미숙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중금속을 배출하는 미역, 미나리, 녹차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오히려 잘못된 민간요법은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돼지고기가 미세먼지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데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는 근거 없는 낭설이다. 조 교수는 "돼지고기의 지방은 간에서 분해가 되는데, 이때 지방에 녹아든 미세먼지의 중금속이 간에 축적돼 간 기능을 손상시킬 수 있다"며 "목의 칼칼함을 없애준다는 것 외에 돼지고기가 미세먼지 배출에 도움을 준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미세먼지가 수그러들더라도 3월에는 '봄의 불청객' 황사가 심할 것으로 전망돼 일상생활의 위협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중국 황사발원지의 건조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며 "예년보다 7,8일 더 황사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상청은 27일에도 미세먼지 농도가 수도권은 '나쁨', 강원ㆍ충청ㆍ호남권은 '약간 나쁨(81∼120㎍/㎥)'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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