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승인되는 법인카드 결제액은 3,500억원 남짓. 국내 신용카드 사용액의 4분의 1 수준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기업이나 정부, 공공기관 등의 법인카드가 우리나라 소비를 지탱하는 중요한 버팀목이라는 얘기다. 그렇다면 과연 법인카드의 주요 사용처는 어디이고, 어떤 사용 패턴을 보일까.
26일 현대카드가 지난해 1~12월 3만1,000곳 법인 고객의 법인카드 결제내역을 분석한 결과 가장 사용 비중이 높았던 건 화물ㆍ운송 등 교통비였다. 전체 사용액의 18%에 달했다. 법인용 차량 유지비 등 자동차 관련 비용 결제가 15%로 뒤를 이었다. 유류비와 물류비가 오른 영향이 컸다. 이어 회식비, 식비 등 요식 관련 결제비중이 12%였고, 유통 및 전자상거래가 11%로 뒤를 이었다.
업종별로도 법인카드 사용 용도가 달랐다.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은 제품운송과 자재수입 등으로 화물ㆍ운송에 법인카드를 가장 많이 썼고, 건설업체들은 건설용 트럭 등 차량 구입용으로 주로 사용했다. 판촉물 제작비용이 많이 들고, 택배를 많이 사용하는 유통ㆍ서비스업체들은 공과금 서비스 결제비중이 가장 높았다. 금융업은 법인용 차량을 유지하는 데 법인카드가 가장 많이 사용됐고, 금융사고에 대비해 보험가입이 늘어나면서 다른 업종에 비해 보험(10%) 지출비중도 많았다. 특히 과거 업종별로 20~30%를 차지했던 요식 비중은 지난해 10%대로 떨어지면서 기업들이 식비 등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됐다.
해외에서는 출장 빈도수가 가장 높은 미국(28%)에서 법인카드를 가장 많이 사용했다. 중국(10.46%)과 일본(10.39%)이 그 뒤를 이었고, 유럽국가 중에서는 독일이 4위를 차지했다. 싱가포르와 홍콩, 태국 등 동남아 국가들도 시장진출이 늘어나면서 법인카드 사용실적이 많았다. 국내 건설사들이 진출해 있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은 중동 국가 중에서는 유일하게 10위권 내에 포함됐다.
요식에서 법인카드 결제비중은 고깃집 등이 포함된 일반 한식집에서의 사용실적이 70%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일반주점(12%) 일식집(7%)이 뒤를 이었고 룸살롱 등 유흥주점 실적도 여전히 4%에 달했다. 월별로는 송년회 등이 몰려 있는 12월이 가장 많았고, 상반기 마감 직후인 7월이 뒤를 이었다.
경기침체 탓인지 저녁식사나 회식 시간도 짧아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요식에서 오후8, 9시에 법인카드를 결제하는 비율이 전체의 66%를 차지해 전년 대비 5%포인트 가량 늘어났다. 반면 오후10시 이후 결제비율은 5%포인트 떨어졌다. 이명수 현대카드 법인카드사업실장은 "직장인들 사이에서 회식을 짧게 1차로 끝내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영향"이라고 해석했다. 불황으로 현대카드가 법인 고객 대상으로 무료 제공하는 '비용절감 컨설팅 서비스' 가입 고객 수도 지난해 초 200여개에서 최근 300여개로 늘어났다. 이 서비스 이용 기업들은 총 600억원 가량의 비용을 절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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